
물론 ‘대표팀의 고전’이 예상됐던 징조는 이미 전날 열린 준결승전에서 나타난 바 있다.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콜드게임’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대표팀은 몇 차례 본 헤드 플레이를 선보인 끝에 7-2로 신승하는 등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대로 결승전에서도 반영됐고, 결국 대표팀은 가장 중요한 두 경기(준결승/결승전)에서 실점하는 ‘옥에 티’를 선보였다. 향후 국가대표 대항전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내용이 두 경기에서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었다.
‘야구 정식종목 잔류’ 과제, 과연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어쨌든 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 다시 금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아시아 랭킹 1위’의 자리를 지켰다. 당연히 금메달 획득에 대해 축하 인사를 보내고, 또 선수단은 그것을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표팀 금메달 획득’이라는 이면에는 여전히 큰 과제가 놓여 있다. 이 주제를 놓고, 일부에서는 벌써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그 문제란 바로 ‘아시안게임 야구 정식 종목 제외’ 여부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종목은 되도록 아시안게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야구 역시 이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이 무려 네 차례나 금메달을 획득했고, 타이완과 일본이 각각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흔히 말하는 ‘아시아 야구 선진 3국’이 금메달을 전부 가져갔으니, 특정 국가에 메달이 편중된다는 의견도 틀린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사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의 정식 종목 잔류 여부’도 꽤 큰 이슈였다. 폐지론에 대한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결국 개최국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잔류’ 쪽으로 결론이 난 바 있다. 그렇다면, 차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잔류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회 본부는 ‘야구 선진국’다운 면모를 보여야 했다. 그러나 미숙한 경기 운영과 연습 야구장 사용에 따른 국가간 ‘보이지 않는 차별’, 그리고 자원봉사 단체의 ‘본분’을 잊은 행동 등이 문제가 됐다. ‘야구 선진국 맞나?’라는 지탄 속에서 어수선하게 대회를 치렀다는 점은 분명 ‘야구의 정식종목 잔류’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차기 개최지가 야구와는 거리가 먼 인도네시아라는 점도 치명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국가 스포츠는 배드민턴으로 현재까지 세계랭킹 1, 2위를 다투는 실력자들이 꽤 많다.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이 배출한 금메달 2개를 모두 배드민턴에서 따냈다. 그러나 야구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간혹 리틀리그 아시아 예선전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청소년 대표팀이나 성인 대표팀을 국제무대에 등장시킨 전례는 거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야구 변방이다.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구를 반드시 존속시켜야 하는 명분(당위성)’이 필요하다.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국제 대회는 자주 열려야 한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동/서남 아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가장 급한 일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당국을 설득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도 때로는 필요하다. 제대로 된 야구장 하나 없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제2의 우커송 야구장’을 짓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러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는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획득한 금메달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이미 야구는 올림픽을 통하여 ‘1개 종목에 대한 퇴출은 쉽지만, 이를 다시 원상 복귀시키는 것은 어렵다.’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차기 대회가 4년 남은 시점에서 ‘야구 금메달’에 한 번 기뻐하기보다 ‘인도네시아 킬링 필드 위에 야구장을 세울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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