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남태혁은 시즌 초반의 좋은 기세에도 불구하고 타율 0.243를 기록하며 아쉬운 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홈런 3개는 팀 내 3위, 24타점은 팀 내 1위의 기록이었다. 단기리그인 애리조나 루키리그에서 비율 스탯 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아픈 몸으로 경기를 펼치다 보니, 생각보다 안 풀리는 경기가 많았다고 한다.
“한 번도 안 아팠는데, 몇 년간 계속 아프다 보니, 의욕이 떨어졌다. 수비도 3루에서 1루로 변경하면서 오직 타격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구단에서 배려를 해 줬지만, 타격을 할 때도 통증이 느껴지더라.” 남태혁의 회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그는 2012년 시즌에 사이클링(홈런, 3루타, 2루타, 안타를 동시에 기록)을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을 받은 이후 재활에 매진하면 싱글 A 진입도 멀지 않게 느껴질 수 있었다.
부상과의 싸움, 그리고 LA 다저스의 ‘배려’
“조금만 더 하면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무리를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탈이 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2012년 이후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조금 현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아프다고 이야기할 줄 아는 것도 프로다. 몸이 자산이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루키리그에 왔을 때만 해도 19살 어린 나이였다. 그런 내가 중남미의 체격 좋은 20~23살 선수들과 훈련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를 했다. 당초 내 몸에 맞는 훈련법을 따로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때부터 무리를 한 것이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후부터는 기나긴 재활의 연속이었다. 외로운 싸움 속에서 좌절을 할 법했지만, 그의 곁을 지켜 준 동료가 있었기에 남태혁은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리그에 소속됐던 안태경(전 텍사스, 현 롯데 입단 예정)이 바로 그의 베스트 프렌드였다.
“(안)태경이 형과는 비록 소속팀이 달랐지만, 같은 리그에 소속되어 있어서 자주 만났다. 형이 나를 차에 태우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셨다. 공교롭게도 나나 (안)태경이 형 모두 이름에 T가 있어서 ‘T그룹’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식사를 하면서 서로 성공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됐다.” 남태혁의 진심이다. 그래서 올 시즌, 신인 2차 지명 회의에서 안태경이 롯데 1라운드 지명이 되자 누구보다도 기뻐했다는 그다. 하지만, 멘토는 구단 내에도 있었다. 유별난 한국 사랑을 자랑하는 토미 라소다(87) LA 다저스 고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라소다 감독님이 정말 한국을 좋아하신다. (박)찬호 선배님도 그렇게 예뻐하셨지만, 나 역시 라소다 감독님을 아버지/아빠라 부르며 잘 따랐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더 감사한 것은 라소다 감독님이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 하시는데, 나는 잘 기억해 주셨다는 점이다. 그래서 라소다 감독님이 오실 때면 코치님들이 ‘야, 너희 아빠 왔다.’라고 알려 줄 정도였다.”
그러나 두 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둘러 귀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군 복무 등 선수 생활 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2013년에 재활이 끝나고 나서 구단에 ‘군대 가겠다.’라고 통보를 했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내가 군 복무 대상인지 아닌지를 몰랐더라. 그래서 자초지종을 다시 설명하고 나니, 구단에서도 흔쾌히 나를 풀어줬다. 그러면서도 ‘생각 있으면 다시 연락 달라.’라고 하더라. 솔직히 아파서 야구를 잘못 했기 때문에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다시 미국으로 가지는 못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남태혁의 진심이다.
귀국 이후 남태혁은 병무청부터 찾았다. 군 복무를 빨리 마친 이후 다시 야구 배트를 잡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공익 근무 판정을 받았고, 현재 구청 소속으로 복무에 임한지 1년이 지났다. 내년 9월이면 그도 소집 해제가 된다.
“재활 이후 귀국해서 그런지, 지금은 몸 상태가 100%다. 3루에서 1루로 송구하는 데 있어서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좋다. 내야가 주 포지션이지만, 외야도 볼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남태혁은 짧지 않은 미국 생활 동안 야구 외적인 것을 배워 왔다는 데에 만족한다고 한다.
“우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멘탈적인 부분에서 가장 많이 성숙했다고 느낀다. 고민이 생기면, 이제는 돌파구를 마련하여 이를 극복할 줄 알게 됐다. 그래서 부모님도 ‘우리 아들 많이 변해서 왔다.’라고 놀라 하신다. 그러한 만큼, 내년 드래프트에 나서면 어느 구단으로 가건 간에 떳떳하게 뽑혀서 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는 ‘해외 유턴파’에 대한 관심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 유턴파 선수들은 프로 스카우트 팀이 운동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선수 공개 테스트 때 딱 한 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 줄 수 있지 못하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결국, 이러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하버드나 예일 등 해외 명문대학교로 유학 가는 친구들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면서 잘 다녀오라는 응원을 보내지만, 미국으로 야구하러 가는 이들은 왜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해 보면, ‘도전’을 선택하는 이들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은 사실 어른들이며, 돌아온 그들에 대해서도 감싸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을 끝내고 돌아온 이들을 오히려 한국 야구 발전의 계기로 삼아 보겠다는 의지 역시 ‘전향적인 사고’가 아닐까. ‘포스트 박병호’의 또 다른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유망주, 남태혁의 건승을 기원해 본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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