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프장에서 퍼트를 하는 골프 애호가 [사진=조선중앙TV]](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1304554508639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퍼트의 어원은 ‘놓다, 두다’라는 뜻인 영어 동사 ‘put’에서 나왔다. 이 말은 고대 영어 ‘putian’에서 유래했다. 이 동사에서 파생된 형태가 putt이다. 골프에서의 이 말은 단순히 ‘놓는다’가 아니라 공을 세게 치지 않고 살짝 밀어 보내듯 굴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17~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골프가 발전하면서, 공을 홀에 가까이 ‘밀어 넣는’ 동작을 가리키는 말로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언어학자들은 이 단어가 영어 put의 변형이거나 스코틀랜드 방언에서 ‘밀다, 찌르다’는 뜻을 가진 말에서 발전했을 가능성 등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18세기 중반(약 1740~1760년대) 골프 기록에서 putt가 등장한다. 골프가 스코틀랜드에서 체계화되던 시기와 일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부터 골프 기사를 본격적으로 보도하면서 퍼트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69년 7월31일자 ‘아론 첫우승(優勝) 차지 캐나다 오픈 골프’ 기사는 ‘【몬프리얼=AP동화(同和)】캐나다오픈 골프선수권경기는 28일샘 스니드와 토미 아론이 플레이 오프를 벌여 아론이 18홀에서 7·7m의 이글퍼트를 넣어 2언더파 70으로 이븐파의 스니드를 누르고 첫우승했다. 전날까지 두선수는 같이2언더의 275였다.일본(日本) 하야고명(河野高明)은 281로 4위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북한 골프에선 퍼트를 ‘마감치기’라고 부른다. 한 홀의 경기를 끝내는 마무리 동작이라는 점에서 ‘마감’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리고 골프에서 타격 행위를 통칭하는 표현이 ‘치기’이니, 자연스럽게 ‘마감치기’가 된다. 낯선 외래어 대신 의미가 드러나는 우리말을 택한 셈이다. ‘티샷’은 ‘첫치기’가 되고, ‘퍼트’는 ‘마감치기’가 되는 것이다. (본 코너 1693회 ‘북한 골프에서 왜 '티샷'을 '첫치기'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 골프 용어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종목 이름인 ‘골프’는 그대로 두면서도, 정작 경기 안의 세부 기술 용어는 우리식으로 바꿔 부른다. 답은 북한식 언어 정책의 원칙에 있다. 북한은 외래어를 단순히 소리대로 옮기기보다, 그 기능과 의미를 풀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순화해 왔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각종 명칭이 체계 속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마감치기는 티샷을 ‘첫치기’라 부르는 것과 짝을 이루며, 경기의 흐름이 언어 안에 그대로 반영된다. 첫치기에서 시작해 여러 차례의 치기를 거쳐 마감치기로 끝난다. 과정 중심, 기능 중심의 조어 원리가 일관되게 적용된 결과다. 단어만 들어도 경기의 순서가 그려진다.
이런 명명 방식은 북한이 외래어를 무조건 배척한다기보다,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재구성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종목명인 골프는 국제적 통용성을 고려해 유지하지만, 경기 내부의 기술 용어는 자국식 체계 안으로 끌어들인다. 국제 스포츠 질서와 자국 언어 정책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찾은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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