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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34] 테니스에서 왜 ‘세트(set)’라고 말할까

2023-03-17 05:55

지난 해 프랑스 오픈 단식 8강전에서 맞붙었던 나달과 조코비치. 나달이 3-1(6-2 4-6 6-2 7-6〈7-4〉)로 승리를 거두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해 프랑스 오픈 단식 8강전에서 맞붙었던 나달과 조코비치. 나달이 3-1(6-2 4-6 6-2 7-6〈7-4〉)로 승리를 거두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니스, 배구, 탁구, 배드민턴 등은 경기 결과를 볼 때, 승패 뿐 아니라 세트 스코어도 보게 된다. 세트 스코어를 보면 경기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등에서 세트 스코어를 통해 ‘조코비치가 이겼지만, 나달도 상당히 분전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 그냥 전체 스코어로는 경기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원래 ‘set’라는 말은 종교 공동체를 뜻하는 중세 라틴어 ‘Secta’에서 유래됐다. 고대 프랑스어로 순서를 뜻하는 ‘Secte’를 거쳐 영어로 유입됐다. 테니스 게임 등에서 한데 모으는 의미로 1570년대부터 세트라는 말을 썼다. 미국 야구에선 초창기부터 세트라는 말을 투수들의 큰 움직임이 없는 동작을 의미하는 뜻으로 썼다. 세트 포지션(Position)은 주자가 베이스에 있을 때, 투수가 투수판 위에서 주자를 견제하고 타자에게도 투구를 할 수 있는 자세를 뜻한다. 1895년 출발한 배구에서 세트라는 말은 테니스 등에서 썼던 말을 이어 받아 초창기 때부터 사용했다.(본 코너 483회 ‘배구에선 왜 게임(Game)이 아닌 세트(Set)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강점기 때부터 세트라는 말을 사용했다. 조선일보 1926년 3월18일자 ‘데비스컵쟁탈전(爭奪戰) 이십사국참가(二十四國參加)’ 기사는 ‘금년도(今年度)『데비스컵셋트』에는이십사국(二十四國)이참가(參加)할터이나호주중국포와(濠州中國布哇)는참가(參加)하지안엇더리(유육전(紐育電)’며 미국 뉴욕발로 데이비스컵 대회에 ‘세트’라는 말을 붙여 전했다.

테니스에서 세트는 게임(game)의 집합체이다. (본 코너 933회 ‘테니스에서 왜 ‘게임(game)‘이라고 말할까’ 참조) 테니스 경기규칙 27조는 ‘먼저 6게임을 이긴 플레이어 또는 조가 그 세트를 따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보다 2게임 이상의 차이로 이겨야 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세트는 2게임의 차이가 생길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경기가 무작정 계속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970년에 타이브레이크(tie- break)제도가 공식 도입되고부터는 타이브레이크 제도로 싸운 연장전(tie- breaker)을 하나의 게임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세트는 7-6이란 1게임 차이의 게임스코어도 성립하게 됐다.

테니스 경기규칙 28조에는 ‘한 매치 세트 수의 한도는 5세트이고, 여자가 참가하는 경우는 3세트로 한다’고 명기돼 있다. 여기서 ‘여자가 참가하는 경우’라는 것은 여자단식, 여자복식, 혼합복식을 모두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또 5세트를 한도로 한다는 것은 5세트 중 3세트를 선취하면 경기가 성립한다는 의미로 이것을 영어로는 ‘best of 5 set match’라고 한다. ‘best’는 절대다수(과반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규칙에 관계없이 버지니아 슬림즈 선수권 대회에선 예외적으로 결승전만을 5세트제로 실시하고 있다. 시행한 후 2년간은 스트레이트로 승부가 결정됐으나 1986년 3월 대회에서 최초로 3세트를 넘는 여자경기가 실시됐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세트 포인트(set point)란 말이 있다. 이는 1포인트를 얻으면 세트를 따는 상황에서 승패가 걸린 그 포인트를 가리킨다. 그 세트가 경기의 승패가 걸린 세트일 경우 매치 포인트(match point)를 겸한다. 그러나 세트 포인트는 어느 세트의 '최후의 1포인트'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한쪽이 5-0으로 리드하고 있고 또 6번째 게임에서도 40-0으로 이기고 있다 해도 단지 세트 포인트를 쥐고 있을 뿐이지 그것이 마지막 상황은 아닌 것이다. 상대가 3포인트를 따면 40-40이 되고 그렇게 되면 세트 포인트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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