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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18] 테니스 대회에 ‘그랑프리’라는 명칭을 쓰는 이유

2023-02-28 06:22

지난 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포르쉐 그랑프리에서 우승 트로피 들고 펄쩍 뛰는 시비옹테크.[AP=연합뉴스]
지난 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포르쉐 그랑프리에서 우승 트로피 들고 펄쩍 뛰는 시비옹테크.[AP=연합뉴스]
예전 우리나라에서 ‘그랑프리’라는 이름을 붙인 각종 대회가 많았다. 웬만한 스포츠 종목에선 그랑프리 대회를 열었다. 대개 최고 대회에 그랑프리라는 말을 많이 썼다. 하지만 그랑프리라는 말이 남발돼 그 단어의 가치가 흐려지는 경우도 있었다. 테니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과거 국내 테니스 대회에서 그랑프리라는 말을 붙여 관심을 고조시킨 경우가 있었다. 1980년대 ‘실업테니스 그랑프리는 누가…’라는 제목을 붙인 기사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서울 오픈 또는 칼컵 코리아 오픈이라는 이름으로 그랑프리 서키트 및 ATP 투어 레벨 대회가 열렸다. (본 코너 915회 ‘왜 테니스에서 ‘투어(tour)’라고 말할까‘, 917회 ’테니스에서 왜 ‘서키트(Circuit)’라고 말할까‘ 참조)

최고를 의미하는 그랑프리는 오래전 국어사전에 오른 외래어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Grand Prix’는 원래 프랑스어이다. ‘Prix’는 가격이나 가치, 보상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Pretium’이 어원이며, 고대 프랑스어 ‘Pris’를 거쳐 변형된 말이다. 영어 ‘Price’는 고대 프랑스어에 영향을 받은 중세 영어 ‘Pris’에서 넘어온 단어이다. 그랑프리는 우리 말로는 대상, 최우수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863년 3살짜리 경마만이 참가자격을 가진 국제경마대회 Grand Prix de Paris’에서 처음 그랑프리라는 단어를 썼다고 한다. (본 코너 776회 ‘왜 ‘그랑프리(Grand Prix)’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에서 그랑프리라는 말은 1960년대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보다는 문화에서 그랑프리라는 말이 먼저 쓰였다. 동아일보는 1960년 3월29일자 문화면 기사에서 프랑스 한림원 회원으로 한림원 ‘그랑프리상’을 받은 작가 앙리 몽테를랑이 당선됐다고 전했다.

남자 ATP 투어가 출범하기 이전인 197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국제토너먼트로 그랑프리 슈퍼시리즈가 있었다. 이 대회는 1970년부터 1989년까지 세계 테니스 투어로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매년 열렸다. 메이저대회와 함께 가장 권위있는 최고 수준의 대회였다. 하지만 1990년부터 ATP 대회로 흡수 통합됐다.

여자테니스에서 포르쉐 그랑프리는 1978년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 토너먼트 대회이다. 2009년부터 여자 WTA 투어의 프리미어 토너먼트로 격상됐다. ‘철의 여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1982년부터 1992년까지 이 대회서 6개의 타이틀과 8개의 복식 타이틀을 획득, 가장 많은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트레이스 오스틴과 마르티나 힝기스는 단식에서 각각 4번 우승을 차지, 그 두를 잇고 있으며, 린제이 데이븐포트와 마리아 샤라포바는 3번 정상에 올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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