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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22] ‘골 세리머니(Goal Ceremony)‘가 아닌 ’골 셀리브레이션(Goal Celebration)‘이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

2022-12-10 07:33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월드컵 통산 10번째 골을 넣는 리오넬 메시[AFP=연합뉴스]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월드컵 통산 10번째 골을 넣는 리오넬 메시[AFP=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4강 문턱에서 두 슈퍼스타가 골을 넣으며 웃고 울었다. 주인공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브라질의 네이마르이다. 같이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소속인 둘은 10일 새벽(한국시간) 8강전에서 골을 기록했다. 메시는 네덜란드전에서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골을 후반 성공시켰으며, 네이마르는 크로아티아전에서 연장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둘은 소속팀이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승부차기로 내몰렸다. 승부차기서 메시는 첫 번째 키커로 골을 깨끗이 성공시켜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직접 키커로 나서지 않고 4번째 키커가 실축하는 것을 바라보고 패배를 확인하며 경기장 바닥에 얼굴을 묻고 슬픔을 감추지못했다.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패배 후 괴로워하는 네이마르(가운데)를 동료 선수들이 위로해주는 모습.[AFP=연합뉴스]
크로아티아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패배 후 괴로워하는 네이마르(가운데)를 동료 선수들이 위로해주는 모습.[AFP=연합뉴스]


이날 둘은 특유의 골퍼포먼스를 했다. 메시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하늘을 향해 팔을 들어 올렸다. 네이마르는 동료들과 한데 모여 스텝을 밟으며 춤을 췄다. 16강전 한국과의 경기서도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네이마르는 이날 골로 A매치 통산 77골로 축구 황제' 펠레(82)의 브라질 선수 A매치 최다 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는 웃지 못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골을 넣고 이를 축하하는 행위를 보통 영어 발음 그대로 골 세리모니(Goal Ceremony)라고 말한다. 세리모니는 의식, 예식이라는 뜻이다.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면 득점 뒤풀이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우리 끼리만 통하는 ‘콩클리시’이다. 원어민들은 골 셀러브레이션(Goal Celebration)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가 2년전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46 ’골 세리머니(Goal Ceremony)인가, 골 셀러브레이션(Goal Celebration)인가‘에서 이미 밝혔던 것을 바로 잡지 않고 관행처럼 되풀이하는게 우리나라 언론의 이번 월드컵 모습이다.

웹스터 등 영어사전에 따르면 셀리브레이션은 어떤 중요한 결과에 대해 특별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세리모니는 사회적, 종교적인 맥락에서 치러지는 일련의 절차와 형식을 갖춘 행위이다. 따라서 골을 넣고 자축하는 행동은 골 셀러브레이션이 맞는 표현이다.
영어소설 ‘하얀 전쟁(White Badge)’’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 씨는 ‘한국어가 있다’라는 글에서 골 세리머니의 오용(誤用)을 지적했다. “골 세리머니는 골 앞에 차려 자세로 줄지어 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그동안 경기장에서 순직한 모든 축구인에 대한 1분간의 묵념을 거쳐 체육헌장을 낭송하는 정도가 돼야 제격”이라며 골 세리머니 사용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어퍼컷 세리머니에 대해 국내 기자가 질문하자 “세리모니가 무슨 뜻이냐”라고 되물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난 히딩크 감독이 세리모니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세리모니를 어퍼컷과 연결해 잘못 사용함으로써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골 세리모니라고 쓰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골 세리모니를 음차해 ‘ゴールセレモニー(고오루 세레모니이)’라고 말한다. 국내서도 잘못 사용된 말이라는 것을 알고 TV 중계나 언론 등에서 세리모니보다 셀리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점차 사용하는 게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리모니를 더 많이 쓴다. 보통 골 세리모니는 골대에 공을 넣어 득점이 되는 축구, 럭비, 미식축구, 하키, 농구 등에서 쓰나 한국에서는 축구에서만 주로 이 말을 쓰는 편이다. 축구에서 골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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