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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44] 왜 ‘개헤엄’이라 말할까

2022-11-1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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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개헤엄으로 수영을 했던 적도 기니 출신 에릭 무삼바니.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에서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최고의 수영 선수들이 겨루는 올림픽 경기에서 개헤엄으로 유유자적 수영을 한 것이다. 주인공은 적도 기니 출신 에릭 무삼바니였다. 그는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개헤엄과 자유형으로 100m를 마쳤다. 원래 축구 선수출신으로 수영을 배운 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경기용 '정식' 50m 수영장을 헤엄쳐 본 적도 없었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선수들과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았지만 그는 "남들은 메달을 따기 위해 수영을 했으나, 나는 익사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고 익살맞은 인터뷰를 했다.

개헤엄은 수영 영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당연히 자유형으로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본 코너 803수영 자유형(自由型)’은 왜 ()’ 대신 ()’을 쓸까참조) 개헤엄이라는 말은 개처럼 헤엄을 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개는 사람을 잘 따라 예부터 가축으로 많이 길렀다. 하지만 권력자나 부정한 사람의 앞잡이를 하거나 성질이 못된 사람이나 몸을 함부로 굴리는 사람 등을 비유할 때도 라는 말을 비유해서 썼다. ’술 먹은 개‘, ’개 같은 녀석‘, ’개 발싸개 같다등으로 상대를 무시하거나 멸시하는 투로 사용하기도 했다.

개헤엄이라는 단어도 라는 말을 헤엄앞에 써서 정상적이 아닌 엉터리 수영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우리 속담에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는 말은 아무리 궁하고 다급하더라도 체면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 문관과 무관을 합쳐 양반이라고 불렀는데 상민이나 천민에 비해 군역을 면제 받는 등 많은 특권을 누리며 살아 체면치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보면 개헤엄은 명사로서 정식으로 배우지 못한 엉터리 헤엄을 뜻한다. 소설가 한승원의 ‘해일’에는 “벌거벗은 아이들이 얕은 물에서 개헤엄을 치기도 하고, 물장난을 하기도 하였다”며 개헤엄이라는 말을 적었다. 또 소설가 유현종의 ‘들불’에는 “여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개헤엄을 쳐 가고 있다”고 묘사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개헤엄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는 않지만 간간히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1962년 7월12일자 ‘얼음을 팔뚝에’라는 제목으로 ‘후라이보이’ 곽규석의 납양특집 기사에서 ‘아주 가까운 한강(漢江)에도 나갈시간이없느냐고 물어볼이가 있을지모르나 워낙 시골서자라 기초(基礎)도없는 개헤엄을칠정도라 마음이 안내키고 또 전에는골체미(骨體美)?가 너무 좋아서남들처럼 수영(水泳)하길 꺼려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물에 뜰 줄 모르거나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보통 ‘맥주병’이라고 한다. 맥주병 신세를 면하게 위해 처음 배우게 되는 것이 개헤엄이다. 엎드린 채 물에 떠서 머리만 물 위로 내민 뒤, 팔 다리를 물 속에서 휘젖는다. 보통은 손 발을 교대로 젓지만, 딱히 정해진 방법은 없다. 숨을 많이 쉬려면 손을 아래로 저어 물을 아래로 밀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다른 영법처럼 손을 모은 채로 물을 뒤로 저어낸다. 시행하기는 쉬운 편이지만, 다른 영법에 비해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다만 완전히 쓸모가 없는 헤엄은 아니다. 수영 미숙자가 위급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개헤엄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유도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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