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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16] 수영 출발 신호 ‘take your marks’에서 ‘marks’를 쓰는 이유

2022-10-05 06:16

2022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출발을 준비하던 황선우의 모습[AFP=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출발을 준비하던 황선우의 모습[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영 경영에서 선수들이 출발대 위에 올라가면 스타터가 ‘take your marks’라고 구령을 한 뒤 곧 부저가 울린다. 출발하라는 신호이다. 구령과 부저는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은 미리 출발대를 이용해 앞으로 치고 나갈 자세를 취해야 한다.

‘take your marks’는 국제수영연맹이 각 수영 대회에서 출발 신호로 쓰는 말이다. 육상에서도 비슷한 출발 구호를 쓴다. 육상 선수들은 출발할 때 앉아서 출발하는 크라우칭 스타트를 취한 뒤 ‘on your marks(제자리)’, ‘get set(차렷)’, ‘go(출발)’의 연이은 출발구호와 함께 출발한다. 이러한 말들은 원래 1800년대 육상경기의 전신인 도보경기에서 처음 사용됐다. 여기서 ‘marks’는 선수가 출발하는 장소를 가리킨다. 수영 출발 구호는 육상 구호를 차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marks’는 표시를 의미하는 명사 ‘mark’의 복수형이다. ‘mark’의 어원은 여백을 뜻하는 라틴어 ‘margo’와 공통 뿌리는 갖는 인도유럽어에서 출발했다. 고대 독일어 ‘marko’, 고대 서부 독일어 ‘marku’를 거쳐 고대 영어 ‘mearc’로 변형한 뒤 중세영어에서부터 현재의 철자로 사용했다. ‘mark’는 동사형으로는 상대를 견제하고 방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어사전에 ‘mark’는 영어 발음대로 ‘마크’라는 외래어로 올라 있기도 하다.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및 기타 FINA 대회에서 출발구령은 영어로 ‘take your marks’로 한다. 출발 구호는 각 출발대에 하나씩 부착된 다중스피커로 통해서 들을 수 있다. 만약 출발 신호 전에 출발을 하면 실격을 당한다. 만약 실격이 선언되기 전에 출발 신호가 이루어지면 경기가 정상대로 진행된 후 경기 종료 후에 실격처리한다. 출발신호 전에 실격이 선언되면 스타터는 출발 신호를 해서는 안된다. 실격 선수를 뺀 나머지 선수들을 불러서 다시 경기를 진행한다.

한국 수영선수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던 박태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번복 소동을 치렀던 적이 있었다. 당시 3분 46초 68을 기록해 예선조 1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는데 실격처리됐던 것이다.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미묘한 움직임을 출발 전에 보였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은 FINA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박태환의 실격 처리는 번복되지 않았지만 2차 이의 신청을 한 뒤 실격이 철회됐다. 박태환은 이 종목 결승에서 결국 은메달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육상과 수영 출발 용어를 알렸다. 조선일보 1930년 2월25일자 ‘극동경기대회(極東竸技大會)의 유래제삼회대회(由來第三回大會)는 일본(日本)이우승(優勝)’ 기사의 일부에서 ‘제삼회일본(第三回日本)『올림픽』대회(大會)에는 극동대회(極東大會)의조직(組織)을표준(標準)삼어서 스타트법(法)과출발신호(出發信號)에『온듸—막』「쩻쌧」을시작(始作)하엿스며 경기자(竸技者)들도거의『스파이크화(靴)』를신엇다’고 보도했다. 영어 ‘on the marks’와 ‘get set’를 우리말 발음 ‘온듸-막’과 ‘쩻쌧’으로 표기했던 것이다. ‘쩻쌧’은 ‘껫셋’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1929년 8월20일자 ‘수영경기대회(水泳競技大會) 심판(審判)에 대(對)한 규정(規定)’ 기사는 수영 규칙 전반을 소개했다. 기사에서 ‘출발신호는 제일 예령(豫令, 으레듸)과 총성(銃聲)으로 한다’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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