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선 볼을 던지는 것을 피치라고 말한다. 야구에서 공을 던지는 이를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사용해 ‘투수(Pitcher)’라고 한다. (본 코너 207 ‘왜 ‘Pitcher’를 ‘투수(投手)’라고 말할까‘ 참조) 골프에서 공을 띄우는 것을 피치라고 하고, 그런 기능을 갖는 클럽을 ’피칭(Pitch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치의 어원을 살펴보면 중세 영어부터 던지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원래 피치는 동사형으로 땅에 말뚝을 박는 것과 같이 ‘제 자리에 단단히 고정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중세 영어 ‘Pichen’에서 유래한 뜻이다. 17세기말부터 크리켓 경기를 하기 위해 볼을 던진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1800년대 후반에는 경기장을 설명하는 명사로도 쓰였다.
육상에서 피치는 의미가 좀 다르다. 질주 할 때 뛰는 걸음의 횟수를 뜻한다. 보조적인걸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1초 동안의 걸음의 횟수를 보통 피치라고 말한다. 볼을 던진다는 피치의 원래 의미가 육상에선 몸을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바뀐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치가 빠르다, 느리다거나 또는 피치를 올린다, 내린다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피치는 바로 걸음 횟수를 의미한다.우리나라 언론은 오래 전부터 피치라는 말을 외래어로 사용했다. 조선일보 1936년 8월11일자 ‘스포츠 조선최대(朝鮮最大)의 감격(感激)!’이라는 기사에서 손기정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획득 순간을 전했다. 이 기사에서 ‘자신만만한 손군(손군(孫君))삼십일키로의 하베르호반(호반(湖畔))솔밧헤 이르러 맹렬히 핏치를 올리어 선두를 향하야 매치하니 삼십사키로지점을 지날때에는 두시간팔분삼십삼조로 우리의 손군(손군(孫君))은 벌서 자바라,비오라,하—버—,부라운을 단숨에 제치고 선두에 나아가고’라고 전했다. 당시도 피치라는 말을 속도를 본격적으로 낸다는 의미로 썼던 것이다.
피치는 단거리 육상 선수에게 속도를 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초당 걸음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기록이 단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근력을 키우며 피치 수를 올리는 훈련에 많이 한다. 숏피치 훈련으로 자세 교정을 하며, 잔발 피치, 미들 피치, 하이 피치,백 피치,리듬 피치 등 다양한 피치 훈련으로 속도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다. 보통 헬스장이나 트레이닝장 등에서 허리에 벨트를 차고 양쪽에 탄력이 좋은 고무줄를 이용해 제 자리에서 발을 빠르게 구르는 피치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피치 주법은 좁은 보폭으로 발 놀림 수를 빨리하는 주법이다. 주폭을 좁게 하여 보조를 빠르게 하는 방법으로 피로는 적으나 스피드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주법으로 알려져 있다. 피치 주법은 단거리 뿐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선수들도 활용한다. 5km씩 끊어서 피치 주법을 다르게 하며 기록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보폭을 늘리고 줄이며 기록을 관리하는 것이다.
피치 주법은 육상 선수들 뿐 아니라 축구 선수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대개 축구 선수들은 무게 중심이 낮은 피칭 자세를 많이 하는데, 피치 자세를 낮게 하는 피치 주법은 스피드를 올리고 다양하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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