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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46] 왜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를 앵커(anchor)라고 말할까

2022-07-13 07:56

전성기 시절의 우사인 볼트. 100m, 200m를 휩쓴 그는 400m 릴레이에서 '앵커'라고 불리는 마지막 주자로 나와 쏜살같이 치고 나가며 1위를 하곤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성기 시절의 우사인 볼트. 100m, 200m를 휩쓴 그는 400m 릴레이에서 '앵커'라고 불리는 마지막 주자로 나와 쏜살같이 치고 나가며 1위를 하곤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사인 볼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00m, 200m서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된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100m, 200m 연속 3연패와 함께 400m 계주서도 연달아 우승, 3관왕에 올랐다. 당시 400m 계주에서 볼트가 마지막 주자로 쏜살같이 질주해 1위로 골인하곤했다.

육상과 수영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를 앵커(anchor)라고 말한다. 원래 이 말은 배의 닻을 뜻한다. 닻은 선박이 표류하지 않도록 고정시키고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anchor’은 라틴어 ‘ancora’가 어원이며 고대 영어 ‘ancor’, ‘ancra’를 거쳐 16세기 현재의 철자가 됐다고 한다.

선박의 이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앵커라는 말의 의미도 다양해졌다. 고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앵커는 미래를 향한 희망과 믿음의 상징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성경 히브리서에 이를 입증하는 ‘anchor’의 존재가 기록돼 있다. ‘히블리서 6강 19절’에서 “We have this hope as an anchor for the soul, firm and secure. It enters the inner sanctuary behind the curtain, (우리가 이 소망이 있다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가나니)”라는 구절 안에 ‘anchor’가 이 같은 의미로 쓰였던 것이다.

앵커는 방송에서 뉴스를 종합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방송 용어로는 정확히 앵커맨이라고 말하는데 통상 앵커라고 줄여서 쓴다. 앵커맨의 유래는 1952년 미국 CBS 보도국장 시그 미켈슨이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전당대회 중계방송에서 당시 무명이었던 월터 크롱카이트를 진행자로 앉힌 것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크롱카이트는 수십년간 CBS 이브니 뉴스 진행을 맡으면서 ‘앵커맨’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한국 방송들도 1980년대 이후 TV 뉴스 진행자를 앵커로 불렀다. 방송에서 앵커라는 말을 쓴 것은 배가 닻을 내려야 항구에 정박할 수 있는 것처럼 앵커가 설명이나 논평으로 마무리해야 뉴스가 최종적으로 정리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육상과 수영에서 앵커라는 말을 언제부터 쓰게 됐는 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도 1896년 1,600m 릴레이 종목이 채택된 이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본 코너 744회 ‘육상에서 ‘릴레이(relay)’를 왜 ‘계주(繼走)’라고 말할까‘ 참조) 보통 육상 릴레이 첫 번쨰 주자는 출발이 좋고 코너에 강한 선수를 뽑는다. 첫 주자는 출발부터 코너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주자는 직선주로에서 강하나 기록이 좀 처지는 선수를 배치한다. 세 번째 주자는 곡선주로에 능한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마지막 주자는 가장 빠르고 마무리가 좋은 선수로 뽑는다. 마지막 주자인 앵커가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에서 극적인 역전 승부를 펼치면 국가적인 영웅과 함께 세계 스포츠의 주목을 받는다.

세계적인 육상 강국 자메이카는 볼트의 전성기 시절, 그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앵커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도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지 못했다. 201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뛰다가 왼 다리를 절며 쓰러져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이것으로 자메이카의 세계선수권 5연패는 무산됐으며 볼트는 100m 동메달 하나만을 건지며 마지막 무대를 물러나야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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