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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스토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쏘니를 만든 세 가지...축구, 외국어, 인간성

2022-05-24 11:35

토트넘 선수들이 득점상을 수상한 손흥민을 무등 태우며 환호하고 있다.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토트넘 선수들이 득점상을 수상한 손흥민을 무등 태우며 환호하고 있다.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축구 득점왕은 개인의 영예이자 팀의 명예이다. 축구는 11명이 함께 뛰는 팀 경기다.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골 기회를 만들 수 없다. 득점왕이 개인의 뛰어난 기량과 함께 팀 성취도가 높아야 가능한 이유이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축구 득점왕에 오르기까지 멀고도 험한 길을 거쳤다. 축구 실력, 외국어능력, 인간 관계관리 등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축구가 한 가운데 중심을 이루고 이들 3개 요소가 주위를 둘러싸며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진 것이다.

먼저 축구실력이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축구 선수로 못다이룬 한을 아들을 통해 풀고 싶었다. 어린 자식에게 7년동안 기본기만 시켰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도록 하루에 1,000개의 슈팅을 하도록 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쉽지 않았지만 자기와 다른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본기라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자신은 기술이 부족해 3류 선수로 끝났지만 아들만은 기필쿄 1류선수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 손씨는 “나처럼 축구하면 안되겠다 싶어 아들에게 다른 방법으로 볼을 차게했다.

동북고 1년을 다니다 독일로 축구 유학을 보내기로 결정할 때 주위에서 ‘도박’, ‘모험’이라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유럽의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해선 어릴 적부터 현지 축구에 적응해야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학력은 중학교 졸업이지만 축구 실력만큼은 빠른 속도로 성인급이 됐다. 스피드, 1대1 돌파, 감아차기 킥 등으로 무장을 하게 되면서 그의 골감각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헀다.

프로미어리그 득점상으로 골든 부트를 받은 손흥민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프로미어리그 득점상으로 골든 부트를 받은 손흥민 [토트넘 홈페이지 캡처]


함부르크 SV와 레버쿠젠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7년간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던 손흥민은 2015년 대망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 유니폼을 입게됐다. 토트넘은 그를 ‘호랑이 등에 탄 공격수’ 신화를 만들어준 운명의 팀이 됐다. 2020년 ‘70m 원더골’로 축구선수로서는 최고 영예인 푸스카스상을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받은 그는 이번 시즌 최고의 절정을 맞았다. 시즌 시작하자마자 기록 제조기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폭발적인 골을 터트렸다. 필드골로만 23골을 넣으며 차범근 전 감독이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웠던 한국 선수 유럽 축구리그 시즌 최다골(17골) 기록을 넘어섰다. 종전 아시아인 유럽리그 1부 리그 최다골(21골) 기록도 경신했다. 유럽으로 간지 14년만에 세계 최고 프로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성공적인 순간을 맞은 것이다.

손흥민은 축구실력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외국어 능력과 인간관계 관리가 매우 뛰어나다. 유럽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태어난 그에게 독일어, 영어는 ‘넘사벽(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하지만 그는 바디랭기지로부터 시작해 현지 발음을 익혀 점차 한국색을 벗으며 유럽 스타일로 변신해 나갔다. 독일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의 영어는 독일어 발음이 섞인 것처럼 말한다. 의사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자기 의사와 생각을 잘 표현한다.

뛰어난 인간관리 능력도 그의 축구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손흥민은 득점상 수상 후 인터뷰에서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원 팀’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사실 유럽 선수들은 개인주의가 강해 타 대륙 선수들이 한 팀에서 잘 융합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지성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던 역대 한국인 선수 14명은 심한 인종차별까지 겪으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박지성의 응원가는 일명 ‘개고기 송’으로 현지 팬들은 그가 나올 때마다 심한 야유를 줬다. 기성용이 드리블을 할 때는 관증석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원숭이 울음소리를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달랐다. 항상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한 채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며 동료들과 소통하는 그의 모습을 본 지역 팬들은 ‘쏘니(Sonny)’라고 부르며 두터운 친근감을 보였다. 손흥민은 경기 때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성적을 우선시하며 동료와 호흡을 잘 나눴다. 시즌 막판 리버풀의 살라흐와 숨막히는 득점경쟁을 하면서도 팀 승리를 위해 PK 찬스를 흔쾌히 양보하기도 했다. 살라흐가 PK로 5골을 놓은 데 반해 손흥민은 단 한골도 PK로 기록하지 않아 대조를 보였던 것이다. 축구 선수 이전 겸손함을 보이며 ‘양보의 미덕’까지 갖춘 그를 단짝인 케인 등 동료들이 충분히 반할만 했다.

손흥민이 어릴 적 롤모델은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의 롤모델은 차범근이었다. 차범근이 있었기 때문에 박지성이 나왔고, 박지성이 있었기 때문에 손흥민이 나올 수 있었다. 에전 차범근 감독은 한 방송에서 “지금 손흥민이 이루고 있는 업적은 우리 둘이 못따라간다”며 손흥민을 최고로 평가했다. 손흥민 축구혼에는 박지성, 차범근이 일찌감치 자리잡고 있었으며, 현지에서 배운 동료애와 외국어 실력도 함께 녹아들어 있던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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