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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09] 태권도에서 왜 ‘곰손’이라고 말할까

2022-01-21 07:03

곰손을 활용한 앞치기 자세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곰손을 활용한 앞치기 자세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곰손 모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곰손 모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태권도는 주먹의 종류가 많은 것처럼 손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손 모양과 용도에 따라 손 이름을 다르게 붙였다. 손 부위가 상황과 용도에 맞게 구체적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다. 그 중 곰손이라는 말이 있다. 곰손은 태권도에서는 일반적으로 손재주가 없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과는 다른 뜻으로 쓰인다. 곧게 편 주먹인 편주먹보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손가락을 더 오므린 상태에서 손바닥의 아랫부분과 셋째마디 부분을 말한다. (본 코너 606회 ‘태권도에서 왜 편주먹이라고 말할까’ 참조)

곰손은 곰과 손의 합성어로 순우리말이다. 곰은 우둔한 동물을 상징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우리 속담에 ‘곰 제 새끼 깔아죽이는 듯 한다’는 말은 곰의 우둔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뜻이다. 하지만 곰은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된 ‘웅녀(熊女)’로 등장할만큼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친근감을 주는 동물로 인식해왔다. 곰손이라는 말을 태권도에서 쓰게 된 것은 손 모양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곰의 손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곰손은 그림, 요리, 게임 등 손으로 하는 작업과 활동에 미숙한 사람을 가리킨다. 자조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수작업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 스스로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곰손은 국립국어원이 2015년 3월 발표한 2014년 신어로 선정된 바도 있다.

태권도에서 곰손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태권도 용어 한글화 작업 일환의 결과였다. 1961년 태권도협회가 정식 창설되면서 태권도 용어는 일본식 한자어를 정비해 한글화를 추진했다. 1969년에 제1차 기술 용어 발표를 거치고 1972년 국기원이 제 2차 용어 정비 고유어화 과정을 겪은 후, 1987년에 국기원이 제3차 용어 정비를 하며 품새 외 15개 기술 용어가 지금의 모습으로 변경됐다. (본 코너 564회 '왜 태권도 용어는 한국어를 사용할까' 참조)

곰손은 영어로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겨 로마자로 ‘gomson’이라고 표기한다. 의역으론 ‘bear hand’라고 부른다. 곰을 뜻하는 영어 ‘bear’은 원래 난폭하다는 의미인 라틴어 ‘ferus’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는 단어이다. 서양에선 ‘곰우리 같다’는 말은 난폭한 현장을 의미한다. 한국인들이 갖는 곰 이미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어서 ‘bear hand’는 우리말로 된 ‘곰손’의 원래 의미를 잘 전달할 것 같지는 않다.
국기원이 발행한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태권도에서 곰손은 주로 치기 동작을 할 때 쓴다. 치기는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 목표물을 치는 기술이다. 팔꿈치나 무릎 등을 굽혔다 펴거나 굽힌 채로 몸의 단단한 신체 부위를 이용해 목표물을 치는 것이다. 주먹과 손끝 그리고 발을 제외한 몸의 모든 신체 부위를 활용한다. 곰손은 치기 동작 가운데 안치기와 앞치기를 할 때 주로 사용한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목표물을 치는 안치기와, 앞에 있는 목표물을 치는 앞치기에서 곰손은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문외한이나 초보자들은 곰손에 대한 존재감이나 활용 방법을 잘 모를 수 있다. 곰손이 일반적으로는 쓸모없는 손으로 여겨지지만 태권도에서만큼은 귀한 대우를 받는 유능한 손이라는 사실만은 잘 알았으면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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