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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2021 KBO 리그]④한화 리빌딩은 언제 완성될까?

2021-12-01 09:36

2019년 9위에 이어 2020년 꼴찌로 시즌을 마치자 리빌딩(Re-building)을 선언했다. 2020년 11월 6일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 등 베테랑 선수 11명을 방출하고 같은날 팀의 레전드들인 송진우 장종훈 등 코칭스태프 10명과도 재계약을 포기했다. 나흘 뒤에는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평소와 다른 빠른 속도의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의 리빌딩을 책임진 수베로 감독(오른쪽)이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와 함께 경기를 지켜 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한화의 리빌딩을 책임진 수베로 감독(오른쪽)이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와 함께 경기를 지켜 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그리고 보름쯤 지난 11월 27일 육성전문가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고 이어서 수석, 투수, 타격 등 핵심 코치 3명을 모두 외국인코치로 바꾸었다.

2021시즌을 마쳤다. 46승95패3무(승률 0.326)에서 49승83패12무(승률 0.371)로 승수는 +3에 그쳤으나 패배는 -12나 됐다. 승률이 4푼5리 올랐다. 그렇지만 2년 연속 꼴찌의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수베로 감독이 취임해 '리빌딩이라고 해서 팀 성적까지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던 말을 되뇌어보면 2021시즌 한화의 리빌딩을 성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실패라고 해야 할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베테랑들을 대거 방출하고 외부 영입없이 꼴찌였던 팀으로 팀성적을 올리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사실 흰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한화에 육성전문 감독에 투수, 타격을 지도할 유능한 외국인코치가 들어왔다고 해서 한순간에 선수들이 달라지기는 바라는 것도 무리다.

올시즌 모든 전문가들이 예외없이 꼴찌로 한화를 지목했고 예상대로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외국인투수인 킹험(왼쪽)과 카펜터는 반쯤의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내년에도 한화 마운드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사진 연합뉴스]
외국인투수인 킹험(왼쪽)과 카펜터는 반쯤의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내년에도 한화 마운드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사진 연합뉴스]
우선 한화의 올시즌 외국인투수는 반쯤 성공작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대만리그 출신의 좌완 라이언 카펜터와 2020시즌 SK에서 2경기 2패로 퇴출된 우완 닉 킹험을 영입해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카펜터는 하위 리그 출신이라는 우려를 씻어내고 시즌 초반부터 에이스급 투구를 이어가며 31경기에서 170이닝을 소화하며 5승12패, 평균자책점 3.97을, 킹험은 25경기에서 정확하게 규정이닝인 144이닝을 채우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카펜터는 들쑥날쑥한 피칭이 아쉬웠지만 탈삼진 179개에다 꾸준한 선발 등판은 전체 선발진 운용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한화가 이들을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해 2022시즌에도 함께 하기를 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민우는 2021시즌 국내 투수로는 공동 최다승인 14승을 올리면서 입단 7년만에 한화의 확실한 에이스로 우뚝 섰다.
김민우는 2021시즌 국내 투수로는 공동 최다승인 14승을 올리면서 입단 7년만에 한화의 확실한 에이스로 우뚝 섰다.
무엇보다 국내 토종 에이스 발굴은 올시즌의 최대 수확으로 꼽을 만하다. 바로 김민우다. 2015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민우는 7년만에 드디어 확실한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올시즌 국내투수 공동 최다승인 14승(10패)에 평균자책점 4.00(리그 15위)을 기록했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155⅓이닝을 던져 규정이닝도 넘어섰다.

하지만 김민우를 제외한 4, 5 선발과 불펜은 여전히 불안했다. 고졸 신인 좌완 김기중은 가능성을 인정받는데 그쳤고 장시환 김이환 박주홍 윤대경 등이 시험무대를 거쳤지만 4, 5선발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았다.

불펜은 신인 강재민의 등장과 좌완 김범수 윤호솔 주현상 등이 나름 기대를 키웠으나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테스트를 받았던 젊은 선수들인 김기탁 송윤준 이충호 황영국 등은 믿음을 주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았다. 여기에 에이징 커브를 확연히 보여 준 정우람을 대신할 마무리는 2022년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내야와 외야는 희비가 엇갈렸다.

노시환은 부상이 발목을 잡기는 했지만 차세대 거포로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노시환은 부상이 발목을 잡기는 했지만 차세대 거포로 자라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토종 에이스 김민우의 발굴과 함께 2루수 정은원, 유격수 하주석을 중심으로 한 키스톤 콤비와 핫코너 노시환이 지키는 3루는 확실하게 라인업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잇단 부상이 발목을 잡았던 하주석은 수베로 감독을 만나면서 공격과 수비가 한결 좋아진데다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의 핵심 역할을 맡아 내야 안정에 기여했고 3년차인 노시환은 한화의 차세대 거포로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내야와 달리 외야는 그야말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상무에서 제대해 복귀한 김태연을 비롯해 임종찬 장운호 정진호 김민하 노수광 이동훈 강상원 유장혁 최인호 등이 번갈아가며 중견, 신인에 관계없이 번갈아 가며 외야를 지켰으나 어느 누구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수비가 되면 타격이 제대로 안되고 타격이 되면 수비에서 뭔가 위태위태했다.

한화 정민철 단장(왼쪽)이 포수 최재훈과 5년 총액 54억원에 2022시즌 첫 FA계약을 맺은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 정민철 단장(왼쪽)이 포수 최재훈과 5년 총액 54억원에 2022시즌 첫 FA계약을 맺은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한화 이글스]
이런 와중에 한화는 지난달 27일 FA가 된 포수 최재훈과 5년 총액 54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3억원, 옵션 최대 5억원)에 계약을 맺어 일단 한숨을 돌렸다. 사실상 최재훈을 대신할 만한 포수가 지금은 한화에는 없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시즌 라이언 힐리를 대신해 영입한 에르난 페레즈와도 결별했다. 외야의 한자리를 차지하며 홈런도 펑펑 때려낼 수 있는 장거리타자를 영입한다면 한화의 리빌딩 속도가 한결 빨라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역대급 외야수들이 쏟아진 FA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베로 감독의 2년차 시즌에는 가능성을 떠나 뭔가 가시적인 결실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건 바로 팀 성적이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을 발굴했다고 해도 팀 성적이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면 리빌딩을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과연 수베로 감독이 구상하는 한화의 리빌딩은 언제 완성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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