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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51] 왜 범실(凡失)이라고 말할까

2021-11-12 10:45

배구 경기는 범실을 줄여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사진은 11일 흥국생명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는 도로공사 선수들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배구 경기는 범실을 줄여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사진은 11일 흥국생명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는 도로공사 선수들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감독들은 종종 경기에서 패하면 그 이유를 “범실 때문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실수가 많았다는 뜻이다. 배구를 비롯해 스포츠 종목에서 많이 쓰는 범실은 한자어이다. 무릇 ‘범(凡)’자와 잃을 ‘실(失)’자의 합성어로 일상적으로 잘 일어나는 평범한 실책이라는 의미이다.

범실이라는 말은 중국어 번체로도 똑같이 쓰며 조선왕조실록에도 많이 노출된 단어이다. 조선시대에는 현재 쓰는 한자어와 함께 범자와 함께 열매 ‘실(實)’를 합성해서 같은 의미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배구에서는 예전 범실을 '본미스'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일본 배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국내 배구는 범실과 같은 뜻으로 ‘본미스(凡ミス)’라고 말하는 일본어를 그대로 들여와 썼다. 본미스는 한자어 ‘범’과 영어 ‘miss’가 합성된 말이다.

일상적인 사회 활동에서 범실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보통 실수나 잘못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배구와 야구 등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종목에서 범실이라는 말을 유독 많이 쓴다. 특히 배구에서 범실은 승패에 영향을 주는 말로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배구가 범실이 많이 나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배구는 공격의 출발인 서브부터 범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서브 에이스를 노리려다 오히려 서브 실패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한다. 여자보다 남자가 강력한 서브를 날리려다 서브 범실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 서브 리시브와 수비 리시브 등에서도 범실이 많이 일어난다. 서브가 날아오는 것을 빰히 바라 보면서도 서로 미루다가 빈 곳으로 공이 떨어지기도 하며 상대의 강타가 허공으로 날아오는 것을 그냥 당하기도 한다. 또 공격에서도 범실이 발생한다. 상대의 두터운 블로킹에 대고 때려 자기 코트로 공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벽치기’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범실의 기준을 네터치, 공격 아웃, 캐치볼, 오버넷, 더블 컨텍, 포지션 폴트, 서브 미스 등을 정해놓고 매 경기마다 기록으로 관리하고 있다. KOVO 기록에 따르면 당연히 범실이 적은 팀이 대부분 경기에서 승리한다.

일단 범실을 하면 당하는 팀으로선 손해가 크다. 상대방에게 유리한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실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상대 로테이션이 돌아가면서 자기 팀에게 유리한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범실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범실을 반격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듀스 상황이라든가, 마지막 5세트 후반에 나오는 결정적인 범실은 치명적이다. 승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배구 선수들은 범실이 나오면 일단 동료 선수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알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단체 종목으로 자신의 잘못이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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