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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40] 왜 캠프파이어 디펜스(Campfire Defense)라 말할까

2021-11-01 05:53

배구영어 용어 가운데 캠프파이어 디펜스는 여러 명의 수비수 사이로 서브 공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대포알 서브'로 상대 수비 빈 공간을 찌르는 삼성화재 러셀의 서브 준비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배구영어 용어 가운데 캠프파이어 디펜스는 여러 명의 수비수 사이로 서브 공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대포알 서브'로 상대 수비 빈 공간을 찌르는 삼성화재 러셀의 서브 준비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위드 코로나’ 방역체계 1단계가 시행되면서 전국 곳곳 산과 하천 등에는 깊어가는 가을 단풍을 즐기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지난 주말 친구 부부가 남한강변에서 ‘불멍’을 때리는 사진을 SNS를 통해 보내왔다. 사진에는 부부가 장작이 타오르는 것을 자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불멍’은 '불을 보며 멍때린다‘의 줄임말로 캠핑족들이 쓰는 신조어인데 2016년부터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주로 영어로 사용되는 배구용어 가운데 캠프파이어 디펜스(Campfire Defense)라는 말이 있다. 2명 이상의 선수가 코트 바닥에 떨어지는 볼을 둘러싸고 수비를 하는 것을 뜻한다. 마치 캠프파이어를 위해 빙둘러 모여있는 모습을 빗대서 붙여진 명칭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주로 서브가 상대방 코트로 넘어올 때 자주 발생한다. 공이 네트를 넘어 날아오면서 여러 명의 선수 사이로 떨어지는 순간 그 공을 쫓아가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바라만 보다가 실점을 허용하는 경우이다. 이때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캠프파이어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 캠프파이어 디펜스이다. 서브 에이스를 내준 수비수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협력에 실패한 두 선수 사이에 공이 떨어졌을 때 사용하는 명칭인 ‘부부플레이(Husband-and-wife Play)가 수비 등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 반해 캠프파이어 디펜스는 서브 리시브와 관련한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본 코너 539회 ’배구 용어에서 부부 플레이(Husband-and-Wife Play)는 어떤 뜻일까‘ 참조)

지난 달 29일 삼성화재의 외국인 거포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은 대포알같은 강서브로 KB 손해보험을 상대로 서브 에이스 6개를 포함해 36점을 터트려 3-2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러셀은 KB손보의 ‘말리 특급’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와 강서브 맞대결을 벌여 판정승을 올렸다. 케이타는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38점을 꽂았다. 러셀은 케이타가 1세트에서 12점을 몰아치자 2세트부터 강서브로 KB손보 리시브를 무너뜨렸다. 러셀은 2세트에서 서브 득점 2개 등 13점을 퍼부었다. 3세트에서는 대포알 서브 3개로 KB손보의 수비진을 완전히 헤쳐놓았다.

러셀이나 케이타와 같은 강서브를 구사하는 공격수들이 맹위를 떨치는 경기에서 상대 수비들은 이를 막기위해 전전긍긍한다. 서브에 능한 선수들은 리시브가 좋은 리베로를 피해 상대 수비수의 빈 공간을 노려 강력한 점프 서브를 날린다. 수비수들이 다이빙 캐치 등으로 막으려고 하기도 전에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코트 바닥에 꽂힌다.

보통 캠프파이어 디펜스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팀들은 사전에 연습경기 등을 할 때 상대팀 선수들의 다양한 서브 공격 형태에 대비해 포지션과 서로 연계하는 수비 훈련을 한다. 상대팀 선수들이 좋아하는 서브 루트를 사전에 찍어둔 비디오와 경험 등을 토대로 분석해 서로의 수비 역할을 분담하는 연습을 한다. 실제 경기에서 자신들의 포지션에서 지키며 잘 이루어지다가 경기 열기가 뜨거워지면 이런 수비 연결 시스템들이 의외로 쉽게 와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캠프파이어 디펜스는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을 때 나올 수 있다. 한 두 번의 수비 실수로 다른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수비력이 현저히 흔들리면 이런 플레이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용관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용본부장은 “우리 배구에서는 영어로 된 캠프파이어 디펜스라는 말을 쓰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이 나오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트들은 아주 김빠진 모습을 보인다”며 “캠핑 용어로 빚대서 쓰는 표현이 아주 재미있다. 우리 배구도 이런 상황에 맞는 용어를 우리 말로 만들어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평했다.
배구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떨어지는 볼을 캠프파이어에서 '불멍'을 때리듯 바라보기만 하기보다는 서로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며 악착같이 날아오는 서브 볼을 처리하려고 할 때 그 진가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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