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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09] 왜 빅맨(Big Man)이라 말할까

2021-06-14 06:52

 프로농구에서 육체적으로 큰 파워포워드나 센터를 빅맨이라 부른다. NBA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덴버 너기츠의 빅맨 센터 니콜라 요키치(26·세르비아)[AFP=연합뉴스]
프로농구에서 육체적으로 큰 파워포워드나 센터를 빅맨이라 부른다. NBA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덴버 너기츠의 빅맨 센터 니콜라 요키치(26·세르비아)[AFP=연합뉴스]
보통 영어로 빅맨(Big Man)이라고 하면 글자 그대로 키가 크고 뚱뚱하거나 근육질의 남자를 지칭할 수 있다. 덩치가 큰 사람이라는 말은 비유적인 표현으로는 사회적, 관계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에선 높은 지위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을 빅맨이라 말한다. 농구에선 육체적으로 큰 파워 포워드나 센터를 말할 때 빅맨이라고 부른다. 골밑인 로우 포스트를 주로 책임지는 포지션들이다.

영어 어원사전에 따르면 원래 크다는 의미의 ‘Big’은 1300년도 잉글랜드 북부와 중서부에서 시작된 말로 근원이 불분명하지만 스칸디나비아 노르웨이어에 힘이 센 남자라는 의미의 ‘Bugge’에서 유래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빅이라는 말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프로스포츠로 가장 먼저 출발한 야구에서 먼저 사용했다. ‘딕슨 야구사전’에 의하면 메이저리그와 같은 의미인 빅리그라는 말은 1882년에 처음 사용했다. 빅리그라는 말이 당시 12개팀으로 운영하는 메이저리그인 내셔널리그의 크기를 언급하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선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등 재정 규모가 큰 프로팀을 빅 마켓클럽(Market club)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빈약한 탬파베이 레이스 등은 스몰(Small) 마켓클럽이라고 말한다.

빅맨이라는 말은 농구에서 많이 쓴다. 선수, 코치, 스포츠 기자, 해설자, 그리고 팬들은 농구선수의 빅맨 조건으로 당연히 큰 키와 체격을 먼저 꼽는다. 키가 크든가, 아니면 체격이 출중한 선수에게 빅맨이라는 말을 붙인다. 포지션으로 4번 파워포워드, 5번 센터들을 말할 때 빅맨이라고 부른다.

TV 농구중계를 보면 포스트에 있는 빅맨에게 공을 연결한 뒤 빅맨이 골대를 향해 덩크를 하는 장면을 설명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빅맨이라는 말이 고공 농구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라 캐스터들이 즐겨 이 말을 사용한다. 빅맨들은 2m 이상의 큰 키와 몸무게가 110kg 이상을 나가는 선수들이 보통이다.

2000년대 이전에는 빅맨들이 주도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압도적인 키와 체격으로 빅맨들이 골밑을 장악해 득점을 주도했다.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말이 불문율로 자리잡았던 시대였다. 하킴 올라주원(2m13), 샤킬 오닐(2m15), 데이비드 로빈슨(2m15), 패트릭 유잉(2m13) 등 대형 센터들을 필두로 한 빅맨들이 지배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맨투맨 수비만을 허용하는 일리걸 디펜스 룰이 폐지 되면서 지역 방어가 허용 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더블 팀 수비가 자유로워지면서 포스트 공격을 준비하는 빅맨들이 아닌 더 움직이고 슛을 장착한 다양한 패턴을 가진 올라운드형 빅맨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픈 커리가 전천후 3점슛터로 등장하면서 NBA는 예전에 비해 빅맨들의 역할이 좀 줄어든 느낌이다. 웬만한 파워포워드나 센터들도 기회가 나면 3점슛을 직접 쏠 정도로 슛감각을 갖고 있다. 골밑에서 무리하게 경쟁하기 보다는 내외곽을 드나들며 득점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에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빅맨이 등장했다. 기존의 스트레치 빅맨에 플레이 메이킹이 가능한 빅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케빈 가넷(2m11)이나 크리스 웨버(2m8) 같은 패스플레이가 뛰어난 빅맨들이 있었지만 이들보다 한층 더 새로워지며 포인트 가드 정도의 볼 핸들링이 가능한 빅맨들까지 등장한 것이다. 현재 NBA서는 최고의 빅맨으로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기츠, 2m13), 앤서니 데이비스(LA 레이커스, 2m8),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76ers, 2m13) 정도를 꼽고 있다.

한국농구서도 2m 넘는 토종 빅맨들이 많이 활동했다. 1980년대 하동기(2m5) 한기범(2m5) 김유택(197cm) 1990년대 후반 서장훈(2m7)과 정경호(2m4) 2000년대 현주엽(197cm) 김주성(2m5) 2010년대 하동기의 아들 하승진(2m21)까지 빅맨 계보가 이어졌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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