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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89] 농구에서 영어 ‘샷(Shot)’을 ‘슛(Shoot)’이라고 말하게 된 까닭은

2021-05-22 06:24

국내 농구서는 일본식 음역의 영향으로 영어 원어인 샷(Shot)을 슛(Shoot)이라는 말로 사용한다. 사진은 스테픈 커리가 르브론 제임스의 수비를 피해 슛을 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농구서는 일본식 음역의 영향으로 영어 원어인 샷(Shot)을 슛(Shoot)이라는 말로 사용한다. 사진은 스테픈 커리가 르브론 제임스의 수비를 피해 슛을 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농구에서 슛이란 골대에 넣기 위해 공을 던지는 모든 동작을 말한다. 슛에는 점프슛, 2점슛, 3점슛 등 다양한 용어가 있다. 슛을 영어로 쓰면 ‘Shoot’이 아닌 ‘Shot’이다. 점프슛(Jump Shot) 등 영어로 말할 때 ‘Shot’이라는 말을 뒤에 붙여 쓴다. 영어 원어로는 샷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슛이라고 발음하게 된 것은 처음에 잘못 사용한 것이 습관으로 굳어진 때문이다.

원래 Shoot는 쏜다는 의미의 동사형이다. 이 말은 고대 영어 ‘스세오탄(Sceotan)’에서 변형됐으며 기원은 고대 독일어 ‘스코이타난(Skeutanan)’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어용어사전은 설명한다. 슛을 던지는 동작 자체를 명사형으로 쓰려면 Shoot의 과거와 과거분사형인 Shot를 써야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슛을 명사형으로 그냥 통용하고 있다.

원래 미국 스포츠에서 슛은 야구 용어로 많이 썼다.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가 겨울철 실내스포츠 종목으로 농구를 고안하기 전, 프로야구에서는 이미 Shoot라는 용어가 일반화됐다. 투수가 던지는 역회전 구질의 변화구를 일컫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 일본사람들이 발음한 것을 그대로 따라해 ‘슈트’라고 말했다. Shoot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야구에서 많이 유행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야구용어사전 폴 딕슨의 ‘딕슨 야구사전’에 따르면 1880년대 이미 신문 등에서 야구용어로 Shoot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Shoot과 구별하는 단어로 Shot도 야구에서 사용했는데, 일직선로 쭉 뻗어 나가는 강하게 때린 볼을 의미했다.

네이스미스 박사가 제정한 최초의 농구 규칙 13개항에서 슛이라는 말을 찾아 볼 수 없다. 당시 규칙 8항을 살펴보면 공을 던지던가(thrown), 쳐서(batted) 바스켓에 들어갔을 때 골로 인정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슛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네이스미스 박사의 농구규칙이 발표돼 실제 경기에 적용한 이후에도 한참 지나 공을 바스켓에 던지는 용어로 Shoot가 아닌 Shot라는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들어 최초의 농구 규칙을 다양하게 개정하면서 샷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54년 미국프로농구(NBA)는 플레이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24초 제한시간룰을 발표했는데 이때 시간을 재는 기구의 이름을 ‘샷 시계(Shot Clock)’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원어를 음역해 잘못 사용하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농구가 본격적으로 각급 학교에 보급되면서 일본 사람들이 영어를 음역한 것을 그대로 따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영어 원어인 Shot을 Shoot로 알고 각종 농구용어로 잘못 사용했다. 일본에선 현재까지 영어를 음역해 점프슛(Jump Shot)을 ‘잔푸슈우토(ジャンプシュート)라고 발음한다. Shot을 Shoot로 알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을 통해 농구 기술과 용어를 배운 우리나라 농구인들은 해방이후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동사형인 슛을 마치 명사형인 것처럼 사용했다. 국내 농구인들은 1950-60년대 미국인 코치와 주한 미군 등을 통해 농구 용어 원어를 접하면서도 이를 바로 잡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 농구원로들은 “슛이라는 말을 그냥 배운대로 사용했다. 그 말이 영어 원어와 다르다는 것을 잘 몰랐다. 당시에는 국제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일본 사람들이 쓰던 것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한다.

국내 농구서 슛의 영어 원어가 Shoot가 아닌 Shot라는 사실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출신들이 대부분인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프로무대에 뛰면서 이들의 말을 통해 Shoot가 아닌 Shot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언론들은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슛이라는 말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해 이를 바로잡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이미 국내 스포츠에서는 축구를 비롯해 여러 종목에서 슛이라는 말이 골을 넣기 위해 공을 차는 행위로 일반 명사처럼 굳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여러 스포츠종목에선 농구의 슛처럼 일본식 용어와 음역을 잘못 사용한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틀린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바로 잡자니 큰 혼란을 줄 것 같아 고치지 안고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현지 용어들을 그대로 직수입해 사용하는 요즘과는 많이 달랐던 언어습관이었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지 표현대로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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