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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83] SSC 나폴리에 ‘10번’이 결번인 까닭은

2021-02-05 07:28

마라도나 유니폼을 입고 그를 추모하는 나폴리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마라도나 유니폼을 입고 그를 추모하는 나폴리 선수들 [로이터=연합뉴스]
축구에서 등번호 ‘10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선수들이 가장 달고 싶어하는 ‘로망’이다. 10번은 팀 에이스에게만 주는 번호이다. 어떤 공식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축구 황제’ 펠레가 10번을 달고 뛰면서 관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펠레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부터 1970년 멕시코 월드컵까지 3번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을 이끈 슈퍼스타였다. 세계 축구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신화를 창조했던만큼 그가 애지중지했던 등번호 10번이 최고 명예를 의미하는 숫자가 됐던 것이다.

1970년대 펠레 은퇴이후 10번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의 단골 번호였다. 먼저 브라질 대표팀에서 지코,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카카 등이 10번을 물려 받았다. ‘축구 신동’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독일 로타이어 마테우스, 프랑스 지네딘 지단, 이탈리아 델 피에로 등이 10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세계적인 프로클럽에서도 10번은 팀원들의 신뢰를 받는 번호이다. 대개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10번을 달고 뛰어난 경기력과 골 결정력을 발휘하며 팀 전력을 이끌어 나간다. 축구팬들이 잘 모르는 팀 경기를 볼 때 10번 선수를 먼저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탈리아 세리에 A SSC 나폴리(Società Sportiva Calcio Napoli, 나폴리 축구 클럽)는 현재 10번을 달고 뛰는 선수가 없다. 원래 10번을 단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폴리에서 10번은 마라도나 이후에 팀에서 결번 처리했기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나폴리를 연고지로 한 SSC 나폴리는 1905년 축구 발상지 영국과 이탈리아를 오고갔던 영국 선원 윌리엄 포스와 그의 동료 헥터 M 베욘에 의해 ‘네이플스 풋볼 앤 크리켓 클럽(Naples Foot-Ball &Cricket Club)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영국인 클럽으로 만들어진 팀이었던만큼 북부 클럽들이 주도했던 이탈리아 축구 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고 한다. 동호인 클럽 수준에 머물렀던 SSC 나폴리는 1926년 지오르지오 아스카렐 리가 다시 팀을 추슬려 출범시켰다. SSC는 이 때를 창단한 해로 기록하고 있다.

나폴리는 1984 년 6월 30일 바르셀로나에서 당시로서는 최고의 금액인 1,200만 유로의 계약금으로 마라도나를 영입했다. 나폴리는 마라도나를 영입한 이후 황금시대를 열었다. 1986-87, 1988-89시즌 세리에 A를 제패했다. 1988-89시즌에는 UEFA컵을 들어 올렸다. 나폴리는 마라도나 이전에는 리그에서 우승을 한 적이 없었다. 유벤투스,, AC 밀란, 인터 밀란 등 북부 팀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나폴리를 화려하게 꽃을 피우게 한 마라도나는 나폴리인들의 우상이 됐다. 축구를 넘어 문화, 사회적으로 최고의 인물로 자리 잡으며 ‘나폴리의 신’으로까지 불렸다.

경기장 밖에서 마라도나를 기리는 팬들 [EPA=연합뉴스]
경기장 밖에서 마라도나를 기리는 팬들 [EPA=연합뉴스]


마라도나는 공교롭게도 나폴리의 홈구장인 스타디오 산 파울로에서 벌어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준결승전에서 1-1로 비겨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해 아르헨티나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결승에서 독일(당시 서독)에게 0-1로 패한 마라도나는 당시 준결승전에서 자신의 모국인 아르헨티나를 응원해 줄 것을 나폴리 팬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월드컵이후 마라도나는 큰 위기를 맞았다. 나폴리 팬들이 등을 돌린 것은 물론 자신의 마약문제가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축구연맹은 마라도나에게 도핑 테스트를 하도록 강요했으며 결국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그의 명성은 추락하게됐다. 마라도나는 15개월 출전 금지명령을 받으며 결국 나폴리를 떠ᄂᆞᆯ 수 밖에 없었다. 마라도나는 징계가 풀린 뒤 1992년 9월 유럽에서의 마지막 클럽인 스페인 세비야 FC로 팀을 옮겼다.

2000년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달고 뛰었던 10번을 공식적으로 영구 결번으로 역사적인 번호로 남겼다. 나폴리에서 1984년부터 1991년까지 뛴 마라도나 이후 10번을 달았던 선수들은 파우스토 피지(1995-96), 베토(1996-97), 이고르 프로티(1997-98), 클라우디오 벨루치(1998-99)였다. 나폴리는 지난 해 11월 25일 60세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자 홈 구장을 그의 이름을 기려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라고 이름을 변경하기로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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