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41] 왜 ‘펑고(Fungo)’라고 말할까

김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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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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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은 현역 시절 펑고 훈련을 강도높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진은 한화이글스 시절, 배트를 들고 있는 김성근 감독.
김성근 감독은 현역 감독 시절 ‘지옥의 펑고’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스스로 펑고 배트를 들고 내·외야수에게 볼을 쳐주며 수비 상태를 점검했다. 수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 될 때까지 계속 볼을 받도록 했다. 선수들은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호된 수비 훈련을 하고 나면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일본에서 태어나 재일 한국인이라는 설움을 받으며 야구를 시작했던 김성근 감독이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펑고 훈련과 같은 기본기를 강조한 야구 철학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일구이무(一球二無), 즉 이번 공 외에 다른 공은 없다는 뜻으로 공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신념을 갖고 연습 때 직접 배트를 잡고 선수들과 함께 철저히 훈련을 했다. 아마 야구 시절 기업은, 충암고, 신일고 감독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낸 김성근 감독은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 등 여러 프로 팀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김응용 감독과 함게 국내 최고의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화려한 명성을 날렸다.

야구 선수라면 수비는 기본적으로 해야한다. 내외야수는 물론 투수와 포수도 기본적으로 해야하는게 수비이다. 타자들의 타구를 일일이 잡고 던지는 일을 연습에서나 실전에서 밥 먹듯 해야하는 이유이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수비는 마치 기계가 돌아가듯 매끄럽게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집중적인 수비 훈련을 하는데는 코칭스태프가 직접 쳐주는 펑고만한 것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염소의 저주'를 풀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시카고 컵스의 조 매든 전 감독은 직접 배트를 잡고 펑고를 치기도 했다. 펑고가 수비력을 키우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미국 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펑고(Fungo)’는 던진다는 의미의 스코틀랜드어 ‘Fung’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원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볼을 던진다는 의미로 야구에서 많이 사용됐던 것으로 추측된다. 펑고는 야구 용어로 굳어졌지만 다른 종목에서도 사용한다. 골프에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연습 전반을 펑고라고 부르며 아이스하키에서 퍽을 낮게 날리는 연습을 펑고라 말하기도 한다.

펑고는 일본식 영어로 ‘녹꾸(ノック)’로 불린다. 펑고가 일본에서 때린다는 뜻인 ‘노크(Knock)’로 불리게 된 것은 잘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일본인들이 펑고를 발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개 수비 코치가 노크 공을 때려 수비 훈련을 시켰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식 영어를 그대로 사용해 펑고를 ‘노크(Knock)’라고 말했다.

펑고 배트는 펑고를 하기 위해서 특별히 제작됐다. 일반 배트보다 가볍고 길이가 긴 펑고배트는 정밀하고 칠 수가 있고 체력소모도 적어 반복적으로 사용하기가 편하다. 때리는 이가 땅볼과 뜬 공을 쉽게 조절할 수가 있어 내야수비 훈련에 매우 효과적이다. 펑고 배트는 일반 배트보다는 약해 힘을 무리하게 가할 경우 깨지기 쉬워 가볍게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수비 연습에만 주로 쓴다. 외야수 연습에도 펑고 배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잘못하면 부러질 수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지정한 펑고 배트는 35인치에 17~22온스의 무게를 권하고 있다.


야구팬들은 경기전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하는 펑고 훈련을 즐겨 보는 이들도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이 가상 상황에 맞춰 포구를 하거나 다른 야수에게 송구하는 수비 연습을 관심있게 본다. 실전 경기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수비 실력을 확인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에게 펑고 훈련은 사전에 몸을 풀고 경기력을 점검하는데 중요하다. 펑고 훈련은 캐치, 병살 플레이, 뜬 볼, 라인 드라이브, 슬라이딩, 번트 수비 등으로 이루어진다. 내야수, 외야수, 투수 등을 거쳐 포수 훈련으로 캐치, 1,2,3루 견제, 번트 수비, 플라이 등으로 마무리를 한다. 수비 코치들은 관중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멋지게 펑고 배트로 플라이볼을 높이 띄워 포수가 잡도록 한다. 플라이볼을 잘 쳐준 수비 코치들은 관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지만 왕왕 배트를 헛 스윙한 경우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들은 대개 펑고 배트를 여러 개 갖고 필요할 때면 훈련에서 사용한다. 펑고는 고된 훈련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코칭스태프와 함께 선수들이 땀을 흘린 결과 성적으로 이어질 때 그 가치가 빛이 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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