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39. 선동열과 송유석의 호가호위(狐假虎威)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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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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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다. 여우가 자신은 천제가 정한 백수의 왕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호랑이가 여우를 앞세우니 과연 모든 짐승들이 도망쳤다. 그러나 짐승들이 도망친 것은 여우가 아니라 뒤에 버티고 있는 호랑이가 무서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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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올리기 정말 힘 드는군.”

2000년 시즌을 맞은 송유석의 입에서 단내가 났다. 짜증이 절로 치밀 정도로 힘든 행군이었다. 24게임에 등판했으나 성적은 고작 1승 4패 2세이브. 팀을 옮기면서 정말 한 번 힘차게 날아보자 했는데 도대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선발투수가 아닌데다 나이까지 35세에 이르렀으니 매번 승리를 바라볼 수는 없을 터. 하지만 한때는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그리운 ‘아, 옛날이여’였다.

1987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타이거즈에 입단한 송유석에게 관중의 박수 갈채는 멀고도 멀었다. 연습생인 터에 공의 위력도 별로였으니 1군 무대는 한낱 꿈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야구가 좋았던 그는 마당쇠처럼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주전들의 뒷전에서 틈나는 대로 훈련하며 부지런히 프로 물을 습득한 덕분에 제법 공이 무거워져 입단 4년여 만인 91년에는 선발로 나서기까지 했다.

투창 선수 출신의 투수. 마치 창을 던지듯 공을 뿌리는 특이한 폼이었으나 경험이 쌓이면서 제법 관록이 붙었다. 91년 11승을 올리며 상승의 틀을 마련하더니 93년부터는 에이스 급에 준하는 성적을 올렸다.

93년 11승 1세이브, 94년 10승 7세이브, 95년 10승 3세이브. 3년 연속 두 자리 수의 승리를 올렸으니 ‘마당쇠 출신’으론 엄청나게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송유석의 성공시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96년 2승으로 뚝 떨어지더니 LG로 옮겨서 뛴 97년부터 99년까지 3년간 총 10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90년 중반의 호시절을 잊지 못한 송유석은 99년 시즌이 끝난 후 이적을 요구, 한화에 둥지를 틀었으나 ‘화려했던 옛날’은 이미 다 지난 일이었다. 2~3년차 시절처럼 막일을 하며 근근이 마운드 살림을 꾸려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비상과 추락. 송유석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배경이 있었다.


한창 잘나가던 93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막강한 실력자가 그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그 시기는 ‘무적’ 선동열이 타이거즈의 마무리로 뛰던 시절이었다.

송유석의 공도 비교적 좋았던 시절이었지만 선동열이 버티고 있어 강한 면모를 발휘할 수 있었다. 타이거즈를 상대한 팀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6~7회로 넘어가면 불펜 쳐다보기에 정신이 없었다.

선동열이 구원투수로 등판하기 전에 경기를 뒤집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서둘지 않을 수 없었다. 페이스를 잃은 섣부른 공격과 그것을 간파한 송유석의 재치 있는 수비. 결과는 대부분 송유석의 승리였다.

송유석 역시 선이 뒤에 버티고 있으므로 편안하게 던졌다. 일단 5회만 넘기면 승리는 보증수표였다. 1사 2,3루의 위기에도 걱정이 없었다. 선동열이 지체 없이 뛰어 들어 막아 줄 것이니 오히려 원하는 바였다. 선동열은 급하다싶으면 3~4이닝까지도 구원했다.

자기보다 훨씬 강한 지원군을 가진 선봉장. 송유석의 승리 공식은 오직 ‘송유석’이 아니라 ‘송유석+선동열’이었다. 송유석이 선의 후방 지원을 받은 3년 동안엔 총 31승을 올렸다. 그러나 선동열이 선발로 뛴 87년부터 92년까지는 6년간 18승에 그쳤다.

선동열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로 떠나거나 자신이 팀을 옮긴 96년부터 4년 6개월여 동안엔 16승을 했다. 선동열로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3년이 앞뒤의 10년 성적과 맞먹는다. 선동열은 입단 후 고생하면서도 야구를 무척 사랑했던 송유석에게 특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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