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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17. 섬개구리 만세

2020-09-03 07:25

1972년 6월 제1회 전국 소년체전이 열렸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전국체전에서 소년, 소녀 대회를 분리한 것으로 정식 명칭은 ‘스포츠소년단 창단 기념 제1회 전국 스포오츠소년대회’였다. 명칭이 너무 길고 불편해 1975년 4회부터 ‘전국소년체육대회’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17. 섬개구리 만세


소년체전의 목표는 소년, 소녀에게 꿈을 심어주자는 것. 그래서 전국체전과는 달리 경쟁보다 축제의 성격이 더 짙었다. 언론들도 아이들의 이기고 지는 기사보다 화제나 미담기사를 더 크게 다뤘다. 대회 구호는 명약관화한 “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었다.

사치분교의 농구이야기는 소년체전 설립 취지에 딱 맞는 스토리였고 덕분에 소년체전은 어린이들의 잔치로 멋지게 시작했다.

전남 신안 앞바다 사치섬 안좌초등학교 사치분교에 젊은 부부 교사가 부임했다. 전교생 78명의 조그마한 학교라 이렇다 할 시설이 없었다. 아이들도 어른만큼 바쁜 학교라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도 많았다.

부부 교사는 아이들이 운동장 등에서 왁자지껄 노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뻘밭에서 놀면서 농구를 가르쳤다. 농구가 뭔지도 모르고 제대로 된 농구공 한번 잡아보지 못한 학생들이었지만 부부교사의 가르침 속에 점점 재미를 붙였다.

부부교사는 아이들에게 농구 기술을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함께 놀면서 협동하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스포츠 교육을 시킨 것 이었다. 아이들은 팀웍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느끼며 농구의 기량을 익혔다.

아직 기량이 다져지진 않았지만 부부교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소년체전 전남 대표선발전에 참가했다. 이기고 지는 것 보다는 성취감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농구실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대회를 치르면서 실력이 점점 늘었다.

일약 전남대표가 사치분교 남자농구팀. 첫 소년체전에 출전했다. 그들은 참가 자체가 행복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서울 구경이었다. 모든 것이 얼떨떨하기만 했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경기를 뛰었다.

‘촌스럽게 그지없는 아이들.’ 어쩌다 한 번 이려니 했는데 이기고 또 이겨 결승에 까지 올랐다. 결승은 운이 통하지 않았다. 실력차이를 보이면서 서울 계성초등학교에게 57-86으로 졌다. 하지만 승패는 이미 의미가 없었다. 사치분교의 농구이야기는 모든 언론을 탔고 소년체전은 꿈 많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얼마 후 ‘섬개구리 만세’라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정진우감독이 사치분교와 계성초등학교 농구 선수들을 직접 출연시키면서 까지 만든 것으로 부부교사에는 신일룡과 김영애가 출연했다.

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열연했던 고 김영애씨의 스크린 초기 작품이다. 사치분교는 2000년 2명의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영화는 1973년 10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신인연기상, 집단연기상을 받았고 나름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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