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34 조계현의 와신상담(臥薪嘗膽)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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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7-2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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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에 눕고 쓸개를 맛보다. 고난을 자초하여 역경을 극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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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캄캄했다.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 힘이 있었기에 설마 했다. 불명예 퇴진, 과연 이대로 물러나야 하는 건가?

삼성의 한 맺힌 1999년 시즌. 분명 우승할 힘이 있었다. 먼저 2승을 거두어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막판 허물어져 롯데에게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다. 시리즈 상대인 한화는 언제든지 이길 수 있는 팀이어서 더욱 분했다.

다시는 그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 삼성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구조 조정에 들어갔고 12게임에서 승리 없이 3패만 기록한 조계현을 폐기처분했다.

조계현은 포스트시즌용으로 큰돈을 들여 타이거즈에서 데려온 선수. 한때 8색조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대단한 선수였으나 어느덧 36세의 노장이 되었으니 어쩌면 퇴장은 당연한 일. 그러나 조계현은 미련이 진하게 남았다.

패배의 마운드에서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마감할 순 없었다. 1986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타이거즈에 입단한 후 현란한 변화구로 수많은 타자를 무찌르며 오른 100승 고지와 억대 연봉의 탑을 그렇게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충격 속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조계현은 김인식 두산 감독을 찾아갔다. 김 감독은 타이거즈 시절 누구보다 조계현을 이해하고 믿어 주었던 코치였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명예회복을 하지 않고선 떠날 수 없습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김인식 감독은 그의 강렬한 눈빛을 보았다. 화려하게 재기하지는 못하더라도 ‘싸움닭’같은 그의 성격이면 결코 중간에 쓰러질 것 같지는 않았다. 중간계투용으로는 충분히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어렵게 얻은 재생의 길. 조계현은 참으로 긴 겨울을 보냈다. 먼저 부상당한 어깨를 추스렸다. 자꾸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걸었다. 후배들보다 운동장을 한두 바퀴 더 돌면서 체력을 보강했다. 술도 끊었고 기타 재미있는 일도 아주 멀리했다.

오로지 훈련이었다.

몸 컨디션이 서서히 좋아졌다. 아픈 부위도 없어졌다. 체력이 보강되자 공의 스피드도 살아났다. 공의 속도가 시속 140km대에 이르자 변화구도 예전의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의 변화와 마음가짐을 지켜보고 있던 김인식 감독은 생각을 바꾸었다. 중간계투가 아니라 선발이었다.

2000년 시즌 프로야구가 문을 연 4월 5일, 와신상담의 겨울을 보낸 조계현은 두산의 개막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8회 1사까지 3안타 1실점(5탈삼진)으로 호투, 두산 개막전 승리의 확실한 발판이 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선발 등판한 4월 16일 잠실 SK전에서 마침내 승전고를 울렸다. 지난 해 무승의 치욕과 방출의 아픔을 씻어낸 1년 8개월여만의 승리였다.

재기에 성공한 조계현.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목표가 1승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부침을 거듭하면서 시즌을 보낸 그는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승을 거둬 지는 해의 화려함을 보여주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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