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33 강병철의 부동여산(不動如山)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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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7-21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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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빠르기는 바람과 같고 느릴 때는 숲과 같고 들어갈 때는 불길 같아야 하며 움직이지 않을 때는 태산과 같아야 한다.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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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감독님은 알 수가 없어. 오늘 같이 중요한 날 바둑만 두고 있으니 경기를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1992년 한국시리즈. 정상을 눈앞에 둔 롯데 선수들은 지친 가운데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쳤다. 페넌트레이스 3위의 성적으로 준플레이오프전에서 삼성을 물리친 후 플레이오프전에서 ‘단기전의 최강자’인 해태까지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니 힘이 날만했다.

특히 프로경력이 많지 않은 박정태, 염종석, 박계원, 강성우, 김선일 등은 의욕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러자 의욕을 불태우며 긴장해야 할 강병철 감독은 정작 무덤덤했다.

롯데로 오기 전까지 코치로 지냈던 이글스가 한국시리즈 파트너여서 그런지, 3위에서 결승까지 올랐으니 그만하면 만족한다는 것인지 , 이글스가 너무 강해(페넌트레이스 전적 5승 13패) 싸울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인지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필사의 결전을 앞둔 장수 같지 않은 강 감독. 롯데 선수들은 그런 감독의 무심한 태도를 보며 입이 부을 대로 부었다.

선수들의 불평을 아는지 모르는 지 강병철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투수 기용도 그렇고 선발 멤버도 늘 하던 그대로였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덕아웃에서 하는 ‘재미없는 농담’도 그대로였다.

마침내 시작된 한국시리즈 1차전. 박동희를 선발로 투입, 에이스 송진우를 내세운 이글스를 8-6으로 눌렀다. 박동희 선발은 준플레이오프전과 플레이오프전의 피로도를 감안한 것이었다.

그리고 2차전마저 잡으며 치고 나갔다.

2차전 롯데 선발은 연습생 출신의 윤형배. 모두들 롯데가 한 박자 쉬어가는 줄 알았다. 이글스에선 젊고 강한 정민철이 나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롯데의 3-2승. 강 감독은 ‘미덥지 않은 윤형배’가 몇차례 위기를 겪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이글스의 김영덕 감독은 6회 2사까지 퍼펙트게임을 한 정민철이 8회 조금 흔들리는 듯하자 9회 전날 경기에서 진 송진우를 또 집어넣어 패배를 자초했다. 송진우는 4연속 안타를 맞으며 3실점했다.

1, 2차전의 승리로 사기가 오른 롯데는 비록 3차전은 내줬지만 4, 5차전을 내리 잡으며 4승1패로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되었다.

3위에서 정상에 오른 ‘약팀’ 롯데의 순위 반란. 그것은 강병철 감독의 부동여산(不動如山) 덕분이었다. 강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올랐다는 흥분감으로 들떠있는 젊은 선수들을 보며 ‘큰 일이다’ 싶었다. 큰 경기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대부분 어이없는 실책. 그들의 분위기에 휩싸였다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질 판이었다.

강병철 감독은 무사태평인 척했다. 선수들은 처음 그런 감독을 불만스럽게 쳐다보았으나 시간이 조금 흐르자 함께 차분해졌다. 그리곤 이내 ‘우리 감독님에게 뭔가 복안이 있는 모양’이라며 믿고 따르게 되었다.

“답답하죠. 하지만 그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였다간 될 일도 안 되는 법입니다. 감독이 흔들리면 팀은 폭풍 속에 빠져들고 말죠. 그 참는 속을 누가 알겠습니까.”

태연함은 강 감독의 위장전략이었다. 자기 팀 선수들에겐 믿음을 주고 파트너에겐 초조감을 안기는 작전. 산 인양 움직이지 않는 롯데, 결국 이글스는 강한 전력으로도 제 풀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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