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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52] 왜 골프에서 ‘어드레스(Address)’라고 말할까

2020-06-16 06:39

 김효주가 어드레스를 취하고 있다. [마니아리포트 DB]
김효주가 어드레스를 취하고 있다. [마니아리포트 DB]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레슨 코치로부터 “어드레스(Address)를 해보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몹시 당황한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다. 연설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물론 눈치로 알았다. 코치가 알았다는 듯 자신이 직접 클럽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볼을 치기 전 자세를 잡는 것이 어드레스라는 것을 알게됐다. 왜 굳이 이 단어를 썼을 까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연설’, ‘주소’ 등으로 널리 쓰이는 영어 단어가 골프에서 볼을 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어원을 알아보지 않고 골프를 쳤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어드레스는 당연히 자세를 잡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회사 주재원 생활을 7년간이나 하고, 국내로 들어와 외국인 학교에서 20여년 관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대학 동기에게 골프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드레스에 대한 어원이나 의미를 알고 있는 지 물어봤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그도 “잘 모르겠는데....”라는 반응이었다. “나두 골프에선 볼 치는 자세라는 정도로만 알고 그렇게 사용했지 정확한 어원을 잘 모른다”고 했다.

골프에서 어드레스는 매우 중요한 용어이다. 2019년 이전까지 영국왕립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는 골프규칙에 ‘볼을 칠 자세를 취하다(Address The Ball)’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동작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어드레스는 셋업(Set Up)과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볼을 칠 준비가 됐다는 말이다.

어드레스는 타킷 방향을 향해 그립, 볼의 위치와 스탠스를 맞추는 동작을 취하는 것을 가르킨다. 볼을 자신이 보내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양발과 몸을 일직선으로 정렬하고 클럽 헤드를 목표에 직각이 되게 하는 동작이다. 골프에서 시작과 다름없는 동작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일찍이 “스윙 중에서 자기가 100퍼센트 컨트롤 할 수 있는 동작은 어드레스, 셋업 뿐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어드레스의 어원을 찾아보면 ‘ad(~쪽으로)’와 ‘dress(=direct 방향)’의 합성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드레스의 기본적인 의미는 특정한 방향을 향한다는 것이다. 사실 주소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엄밀하게 보면 특정한 방향으로 다가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다. 연설, 주소와 골프 어드레스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의미같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의미론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이전 골프 공식 규정에서 "볼을 칠 자세를 취하다(Address The Ball)‘의 정의는 "선수가 클럽을 갖고 볼 뒤에서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클럽의 밑바닥이 땅에 닿고 골프공 바로 뒤에서 스윙을 하기 전의 동작을 "볼을 어드레스했다"고 규정한 것이다.
2019년 이전에는 어드레스를 한 뒤 골프공이 움직였다면 골퍼가 움직인 것으로 추정해 1벌타를 부과했다. 하지만 2019년 바뀐 규칙에서는 퍼팅 그린에 올려져 있던 공이 골퍼에 의해 실수로 움직였더라도 공을 다시 정위치 시키면 페널티가 없다. 벌칙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어드레스 조항이 삭제됐다.

하지만 정지 상태의 공이 퍼팅 그린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페널티가 여전히 적용된다. 있는 그대로의 공, 정지 상태의 공을 잡거나 이동하면 벌타가 부과된다. 예전에 어드레스와 관련한 용어가 규칙집에서는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여러 조항 등에서 어드레스와 관련한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골프의 시작점, 골퍼들의 시작 동작을 알리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골퍼들에게는 어드레스는 골프의 출발선이자 기본적 원칙을 알리는 아주 중요한 동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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