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미지 [제목이미지 노트] 오재원과 트래쉬 토크...그는 그 때 홈런을 쳤어야 했다

장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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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5-3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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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 홈런 세리모니.
[LA=장성훈 특파원] 지난 26일 잠실 SK전에서 ‘스윙인 듯 스윙 아닌 스윙처럼 보인’ 장면을 연출한 KBO 리그 두산의 오재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1987년 어느 날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와 유타 재즈가 격돌하고 있었다.

포스트에서 볼을 잡은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 재즈의 존 스탁턴 앞에서 재빨리 몸을 돌리며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의기양양하게 백코트를 하고 있는데 줄곧 불스를 야유하던 재즈 홈 팬이 느닷없이 조던에게 “너와 크기가 비슷한 선수 앞에서 덩크해 봐”라고 조롱했다. 야유성 멘트(트래쉬 토크)였다.

왜 그랬을까?

스탁턴은 포인트가드로 신장이 185cm밖에 안 된다. 조던은 198cm다.

13cm나 작은 선수를 앞에 두고 덩크슛을 성공시킨 게 뭐가 대단한 일이냐라는 의미였다. 그러니 신장이 비슷한 선수 앞에서 덩크를 해보라는 뜻이었다.

이 말을 들은 조던은 즉각 그렇게 해 보였다.

다음 플레이에서 조던은 신장이 자신보다 12cm나 큰 210cm의 유타의 센터 멜 터핀을 앞에 두고 특유의 '에어쇼'를 펼치며 장쾌한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트래쉬 토크를 한 관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저 정도면 충분히 큰가?”

그 관객은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NBA 관계자들은 트래쉬 토크에 대한 조던의 이 같은 반응이 그를 ’역대 최고의 선수(GOAT)’로 만든 예 중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영화 ‘스타워즈’의 ‘시스 군주’에 비견되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는 필리포스 2세였다.

배우 발 킬머는 영화 ‘알렉산더’에서 전쟁과 정복의 화신인 필리포스 2세 역할을 맡았다.

이른바 ‘제3차 신성 전쟁’에서 승리해 그리스에서의 세력을 더욱 확대한 필리포스 2세는 기름진 땅 스파르타에 눈을 돌렸다.

그는 스파르타를 침공하기 전 스파르타 지도부에 일종의 트래쉬 토크를 전했다.

“더 지체하지 말고 항복하라. 왜냐하면, 만약 내가 너희 땅에 나의 군대를 데리고 가면 나는 너희 농장을 파괴하고 너희 백성을 도륙하고 너희 도시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스파르타인들은 단 한 단어로 응수했다.

“만약에(If).”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필리포스 2세는 물론이고 그의 아들 알렉산더 대왕은 스파르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했을 뿐이다.

오재원도 조던처럼, 스파르타인들처럼 대응했어야 했다. 타석에서 상대 팀 덕아웃에서 자신을 향한 트레쉬 토크가 나왔다면 말이다.

상상해 보건데, 상대 덕아웃에서는 다음과 같은 트래쉬 토크가 나왔을 것이다.

“수비는 안 해도 되겠다”부터 시작해서 좀 심하면 “물타자 나왔다”까지. 이 보다 더 한 트래쉬 토크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필자가 알기로는 오재원은 매사 적극적인 선수다. 수비도 그렇고, 공격에서도 매우 열정적이다. 트래쉬 토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런데 그날,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트래쉬 토크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트래쉬 토크를 선수를 쫓아가 혼쭐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참인 오재원이 그럴 수는 없다. 우리나라 문화로 봤을 때 자칫 “고참답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인들이 했던 것처럼 트래쉬 토크를 한 선수에게 허를 찌르는 말로 응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던처럼 응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트래쉬 토크를 들은 오재원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이상야릇한 스윙을 할 것이 아니라, 보란듯이 풀 스윙으로 홈런을 쳤어야 했다.

물론 홈런을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트래쉬 토크는 어느 종목에도 있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계는 더 하다.

어떤 이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트래쉬 토크가 ‘필요악’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외국의 한 학자는 트래쉬 토크의 영향력에 대한 실험을 해본 결과, 놀랍게도 트래쉬 토크의 대상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업무를 훨씬 더 잘 수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래쉬 토크를 상대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트래쉬 토크가 이를 듣는 사람이 상대방을 능가하는 데 더 큰 동기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해하지 마시라.

필자는 지금 트래쉬 토크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트래쉬 토크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는데 어찌 한 학자의 실험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겠는가.

다만, 트래쉬 토크에 대한 대응 방법을 오재원에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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