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스포츠 B&W]'일본의 저주'로 멈춰 선 올림픽

정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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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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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년의 근대올림픽 역사에서 취소와 연기된 6차례 올림픽에 모두 일본이 관련되어 있어 '올림픽의 저주'가 아닌 '일본의 저주'라는 말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한다는 소식을 전한 일본 신문들[사진 연합뉴스]
취소, 연기된 6차례 올림픽에 모두 일본이 관련돼
'일본의 저주인가? 올림픽의 저주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 개막이 1년 연기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 정상개최를 밀어 부칠 때 일본의 제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40년 마다…저주받은 올림픽'이라는 망언으로 지탄을 받았었다. 하지만 '올림픽의 저주'라기 보다는 '일본의 저주'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고 사실적인 표현이라는 말이 나온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근대올림픽이 부활된 뒤 지금까지 올림픽이 취소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하계올림픽이 세 차례, 동계올림픽이 두 차례로 모두 다섯 차례였다. 올림픽이 열리기로 한 제때에 열리지 못하고 해를 넘겨 열리게 된 것은 도쿄올림픽이 사상 처음이다. 일부에서는 2021년도에 도쿄올림픽이 무사히 개최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 아예 2022년으로 2년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올림픽의 취소와 연기에 묘하게도 모두 일본이 관련되어 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계올림픽이 가장 먼저 취소된 것은 1916년 제6회 올림픽이었다. 이 올림픽은 당초 독일의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6회 올림픽은 제1차 세계대전(1914년 7월 28일~1918년 11월 11일)이 한창이던 때여서 취소되고 말았다. 제1차 세계대전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협상국(연합국)과 독일, 오스트리아의 동맹국이 중심이 되어 싸운 전쟁이다. 이때 조선을 강제합병(1910년)한 뒤 호시탐탐 중국 대륙 침략을 노리며 세력 팽창의 야심을 드러내던 일본은 영국에 참전을 요청해 연합국의 일원으로 싸움에 뛰어 들었다. 당시 조선의 많은 지식인들은 독일이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해 일본이 패전하게 되면 자연히 조선이 독립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었다. 그러나 전쟁은 연합국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입김은 더욱 세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의 뒷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부르짖어 여기에 고무돼 조선에서는 3·1 운동이 일어났지만 같은 강대국의 입김에 약소국인 조선은 설 자리가 없었다.

올림픽이 또 다시 취소된 것은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1940년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이다. 이때 동계올림픽은 일본의 삿포로였고 하계올림픽은 도쿄였다. 알본 정부는 나치 독일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자신들의 위세의 장으로 만든 것 처럼 1940년 올림픽도 일제의 위세를 세계에 과시하는 올림픽으로 만들고자 했으나 쿠데타로 권력을 쥔 군부는 영토확장에만 혈안이 되었을 뿐 올림픽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군부의 강권으로 동·하계올림픽을 개최 2년전에 모두 반납하고 말았다. 졸지에 개최지가 없어진 IOC는 동계올림픽은 스위스의 장크리모리츠에게, 하계올림픽은 핀란드 헬싱키에게 개최권을 주었지만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1940년에는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모두 취소되고 말았다. 이때 조선은 1920년 7월 13일에 창립됐던 조선체육회가 1938년 7월 4일 강제해산되고 사실상 모든 스포츠 활동이 중지되었으며 학교 체육도 전쟁에 필요한 훈련만 하던 때였다.

1944년은 동계올림픽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하계올림픽 영국 런던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하계올림픽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잘 알다시피 독일, 이탈리아와 일제가 추축국이 되어 연합국과 벌인 전쟁이다. 당연히 올림픽 취소에는 일본의 책임도 상당부분 있음은 불문가지다.당시 조선은 일제의 강제징용, 종군위안부에다 창씨개명까지 당하며 한반도 삼천리 산하가 고통에 신음하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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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이 연기되자 말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일본의 주요 마트에는 생필품들의 사재기가 극성이다. 사진은 텅 비어 있는 마트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렇게 일본은 올림픽이 다섯 차례 취소된 데에 직간접으로 연관이 되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124년의 역사 가운데 사상 초유의 연기 사태를 빚은 2020년 제32회 올림픽마저 일본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다"는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내세워 정상개최를 감행하려다 결국 세계 여론에 떠 밀려 연기를 하게 됐다. 그리고 올림픽 연기를 발표하자 마자 도쿄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도쿄를 봉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일본은 평화 대축제를 표방하고 있는 올림픽을 앞세워 모든 세계 국가들과 수많은 스포츠맨, 스포츠팬들을 기만하고 사기를 친 셈이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일본은 이에 대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국화와 칼'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로 대변되는 일본의 본 모습이 이번 올림픽 연기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쯤되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40년마다 저주받은 올림픽'이 아니라 '올림픽에 대한 일본의 저주'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편집인/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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