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자병법] 9 장채근의 고육지계(苦肉之計)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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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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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손자병법] 9 장채근의 고육지계(苦肉之計)

-적을 속이기 위해 자신의 몸을 고통속에 내던진다. 출처-삼국지 적벽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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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몸 쪽 깊이 파고 들었다. 아무래도 맞을 것 같았다. 다행히 아주 빠른 공이 아니었다. 많이 아프겠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닌 듯 했다.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 엉덩이를 바싹 들이 밀었다.

1986년 해태-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 연장11회 초 해태 공격. 2사 후 였지만 김준환의 2루타와 한 대화, 차영화의 연속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이제 한방이면 경기의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방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타석에 들어 선 건 신인 포수 장채근이었다. 덩치는 컸지만 타격 재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후보여서 경기에 많이 나서지도 못했지만 1년간 장채근이 뽑은 안타는 고작 8개였다.

대타를 기용해야 하는 마당.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전 김무종도 이미 빠진 상태여서 더 이상의 후보 포수가 없었다. 장채근은 덕아웃을 바라보며 엉거주춤 타석에 들어섰다.

100kg을 훌쩍 넘긴 장채근이 들어서자 타석이 꽉 찼다. 산 만한 덩치의 그가 타석에 바싹 붙으니 홈플레이트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공 1개로 간을 본 삼성 투수 진동한. 물방망이인 장채근을 겁주며 간단하게 솎아내려고 작장한 듯 몸 쪽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그건 장채근의 작전이기도 했다.

“공이 몸을 향해 들어오는 게 보이더라구요. 가만히 서 있어도 허벅지 쯤에 맞을 것 같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아플텐데.. 어디라도 부러지면 어떻하나.. 그 때 김응용감독의 열받은 얼굴이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래 깨지나 저래 깨지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 순간 피하지 말고 맞자고 굳게 결심했다. 그 실력으로 그 상황에서 안타를 친다는 것은 사실 어려웠다. 에이스 선동열이 역전 점수를 내준 후 물러나 승부가 살얼음판이었다. 시리즈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광주 관중의 1차전 유리병 투척, 대구 관중의 3차전 해태 구단 버스 방화 사건으로 시리즈 자체가 들끓고 있었다.

“엉덩이를 밀어 넣고 기다리는 데 소식이 없는 겁니다. 지금쯤 맞아야 하는데 하며 혹시 피해갔나하고 생각하던 그때서야 공이 엉덩이를 때리더군요. 아프진 않았지만 결심하고 엉덩이를 내밀고 맞을 때 까지의 시가은 공표 그 자체였습니다”

한국시리즈 최초의 결승 데드볼. 장채근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해태는 4차전에서 승리, 결국 5차전에서 4승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장채근은 그 엉덩이를 밑천 삼아 김무종을 밀어 내고 주전 포수석을 차지, 88년부터 5년 여간 해태 안방을 굳건히 지켰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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