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B&W]프로야구 무관중 경기보다 경기수를 줄이자

정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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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3-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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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한국시리즈에 잠실구장을 꽉 채운 관중들〈사진 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는 3월 28일 개막될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결국 무기 연기됐다. 한창 시즌 막바지에 이른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무관중 경기를 한데 이어 중단을 하고 프로축구가 개막 연기,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사상 처음으로 취소가 되면서 이미 예상했던 사태였다. 팬들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도 개막 연기에 찬성을 했다. 불혹의 연륜을 바라보는 프로야구가 무기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에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KBO는 10일 야구회관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2020년 프로야구 개막 연기와 함께 이에 대한 대책도 아울러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앞으로 사태 추이을 지켜보며 개막 시기를 결정하며 개막일은 선수단 운영과 예매 등 경기 운영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2주전에 확정 발표한다. ▲정상적인 리그 운영을 목표로 하며 구단 당 144경기 거행을 원칙으로 상황에 따라 무관중 경기도 검토한다는 크게 두가지로 되어 있다.

KBO의 이 발표와 관련해 언론보도를 보면 ▲2020 도쿄올림픽 기간인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올림픽 휴식기는 그대로 유지한다 ▲우천취소경기를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도로 편성한다 ▲시즌을 시작해도 관중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2주간 경기를 중단한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원지인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라이온즈의 홈경기는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원정경기를 우선한다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자칫 포스트시즌이나 한국시리즈가 추위가 시작되는 12월달에 실시될 가능성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야기된 현 시국이 비상사태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고 당연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관중없는 프로야구'에 대해서만큼은 심사숙고하기를 바라고 싶다. 이는 프로농구, 프로배구의 무관중 경기를 TV 중계로 지켜보면서 '굳이 팬없는 프로경기를 해야 되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 까닭이다. 물론 무관중 경기를 해야 하는 연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스폰서와의 계약문제, TV 중계권 관련, 선수단 운영 관련 등 일반 팬들은 세세하게 알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들로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무관중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필자는 운좋게도 고교야구, 실업야구가 온 국민들의 환호를 받을 때 야구기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야구와 함께 오랜시간들을 함께 보냈다. 말 그대로 청춘의 황금시대를 프로야구 취재를 하면서 지냈다. 요즘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나 현역기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의자도 없는 시멘트 맨 바닥에 앉아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와 탄성을 함께 지르며 일어서고 앉기를 거듭하는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취재를 하고 마감시간에 가슴을 졸여가며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팬들이 선수들을 둘러싸고 연호를 하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모습도 보았고 그 반대로 패배의 책임을 물어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도 보았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3대 투수인 선동열 최동원 김시진 선수들이 서로 맞대결하는 명승부전도 취재했으며 시즌 도중 성적부진으로 고개를 푹 숙인채 중도 퇴진하는 감독이나 어느 순간 재계약이 되지 않아 프로무대를 떠나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프로의 냉정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심지어 역대 우리나라 프로야구 최악의 사건으로 일컫어지는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버스가 대구에서 흥분한 대구 팬들에 의해 불타는 현장에서 직접 취재를 했고 1990년 잠실구장 관중 난동 사건도 지켜보았다. 비록 빗나간 향토애요, 팀 사랑이긴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사건들이 또한 프로야구가 다른 프로종목들에 앞서는 인기종목으로 만든 요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이가 든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난 경험을 비춰볼 때 '무관중 프로야구'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물론 시즌 막바지 채 1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관중앞에서 경기를 한 적이 있지만 '무관중 경기'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혹 많은 팬들은 '무관중 경기'를 하더라도 TV 중계를 하니 괜찮은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아마도 KBO가 무관중 경기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2021년까지 연장한 신한은행과의 타이틀 스폰서와의 계약조건, 또 상당한 금액을 받은 TV 중계권료 등과 연계된 때문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자. 가뜩이나 우리나라 프로야구 수준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팬들의 푸념이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다. 팬없는 프로야구에 과연 선수들이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팀당 144게임을 맞추기 위해 걸핏하게 더블헤더라도 해야 되면 선수들은 그야말로 곤죽이 되고 말 것이며 컨디션 유지나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말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되면 팬들은 자연스레 프로야구를 외면하게 될 게 뻔하다. 우선은 면피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무관중 경기를 할바에는 현재 팀당 144게임, 팀간 16차전으로 되어 있는 경기수를 줄여서 리그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KBO나 10개 구단들이 자칫 계약 위반으로 소송 사태에 직면하는 상황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지금의 사태가 비상시국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앞날을 미리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프로야구 원년 취재기자의 푸념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편집인/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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