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노수성의언더리페어] 주말 골퍼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

2019-05-22 12:39

먼저, '주말 골퍼'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부터 하고 이 글을 시작한다.

주말 골퍼는 애버리지(Average)나 엔조이(Enjoy) 골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클럽 챔피언이나 미드 아마추어 대회 등에 출전하는 엘리트 골퍼가 아니다. 주말 골퍼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단어보다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판단한다. 개인적으로는 '주말에만 라운드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중에는 일에, 주말에는 골프라는 스포츠에 몰두' 한다는 쪽에 의미를 둔다.

이 글의 제목처럼 프로 투어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준하는 결과를 주말 골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프로 투어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타이틀 구성 요소는 이렇다. 그랜드슬램(Grand Slam)은 한 시즌에 4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이다. PGA투어라면 마스터스, PGA챔피언십, US오픈, 디오픈이다. LPGA투어는 ANA인스피레이션, KPGM우먼스PGA챔피언십, US우먼스오픈, 리코우먼스브리티시오픈, 에비앙챔피언십이다. LPGA투어는 메이저 대회가 5개이기 때문에 그랜드슬램 앞에 슈퍼(Super)라는 어정쩡한 수식을 달기 시작했다. 5개의 메이저 대회를 한 시즌에 모두 석권했을 때는 슈퍼 그랜드슬램으로 부른다. 이 기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커리어(Career)라는 수식은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이라는 의미다. 4개(여자는 5개)의 메이저 대회를 한 시즌에 모두 차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요즘처럼 연간 30개 이상의 대회, 또 대회 당 기량이 엇비슷한 140여 명이 출전하는 조건 아래에서는 거의 나오기 어려운 기록이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통틀어 기록을 수립한 선수로 그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그랜드슬램 앞에 골든(Golden)이라는 수식이 붙은 것은 올림픽 때문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골프 종목이 채택됐다. 골프 쪽에서는 올림픽도 메이저 대회로 보고 있다. 올림픽 주기는 4년이다. 4년마다 한명씩 타이틀을 가져가기 때문에 해마다 열리는 메이저 대회와 격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프로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자에게는 상패나 트로피, 그 대회의 상징물을 준다. 마스터스는 그린재킷, PGA챔피언십은 워너메이커 트로피, 디오픈은 클라렛 저그를 준다.

주말 골퍼도 골프를 하면서 몇가지 상패를 받는다. 이글패, 홀인원패, 로우 핸디캐퍼패(일반적으로 싱글패라고 하는데 이건 잘못된 용어다), 그리고 사이클 버디패다. 만약 이 4개의 상패를 모두 받는다면 주말 골퍼로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 시즌에 이 4개의 상패를 모두 수집했다면 그랜드슬램, 골프를 하는 내내 나눠 받았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4개의 상패 중 가장 먼저 획득할 확률이 높은 것은 이글패나 홀인원패다. 상패 하나씩의 의미를 부여하면 다음과 같다.

이글패는 미드 핸디캐퍼가 됐다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글은 홀인원처럼 운이 관여하기도 하지만, 홀인원과는 달리 티 샷이나 세컨드 샷, 어프로치, 퍼팅 중 2가지 이상에서 굿 샷이 나와야 기록할 수 있다. 따라서 2가지 이상의 샷에서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것은 이제 미드 핸디캐퍼 이상이 될 수 있는 출발선에 섰다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홀인원은 실력이나 구력에 좌우되는 결과물은 아니다. 볼을 정말 오래 친 골퍼 중에서도 기록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반대로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골퍼가 달성하기도 한다.

로우 핸디캐퍼패는 진정한 실력자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표다. 많은 골퍼가 '싱글'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데, 싱글 디지트(Single Digit)나 로우 핸디캐퍼(Low Handicapper)다. 싱글 디지트는 '9'까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로우 핸디캐퍼는 핸디캡 9 이하의 골퍼를 말한다. 이런 의미를 대입하면 파72 코스에서 처음으로 81타 이하를 쳤을 때 로우 핸디캐퍼에 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그걸 기념해 동반자가 로우 핸디캡패를 만들어 준다.

사이클 버디는 파3, 파4, 파5 홀이 연속으로 있거나, 인접한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을 때다. 18홀 플레이 중 버디를 3개 이상 기록하는 것은 프로나 로우 핸디캐퍼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18홀 중 파3와 파5 홀은 각각 4개씩 밖에 없어 확률도 낮다. 따라서 파3, 파4,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만능'을 의미한다.

여기까지가 주말 골퍼의 그랜드슬램 조건이다.

이제 골든이 남았다. 올림픽 금메달에 준하는 주말 골퍼의 성과는 에이지 슈트(Shoot of Age)다. 에이지 슈트는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에이지 슈트가 어려운 것은 일단 건강해야 하고, 볼도 잘 쳐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주말 골퍼가 에이지 슈트를 기록할 나이는 80세 이상이 현실적이다. 80세 이상일 때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건강과 여기다 실력, 그리고 경제적인 조건이 받쳐주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본다면 골든이라는 수식은 초고령 골퍼의 기록에 붙였을 때 더욱 울림이 있을 것 같다.

골프에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거나 목표가 애매하다고 판단한다면 한번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빠진 조각을 끼워넣거나 아니면 하나하나 조각을 끼워맞추는 작업.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노수성 마니아리포트 기자/cool1872@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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