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언론노조 "스태프 추락사고 난 '화유기', 제작 중단해야"

"인권·노동 존중 없는 현장" 비판… 관계당국엔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 촉구

2017-12-27 16:28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 (사진=CJ E&M 제공)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 (사진=CJ E&M 제공)
고작 2회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가 시끄럽다. 후반 작업도 마무리되지 못한 화면이 나가는 방송사고에 이어, 스태프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까지 일어났기 때문이다. 언론노조는 '화유기'의 제작 중단과 추락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7일 성명을 내어 이같이 밝혔다. 앞서 '화유기' 촬영현장에서 세트 작업을 하던 노동자 A 씨가 지난 23일 새벽 무리한 업무 지시를 이행하다 떨어져 허리뼈, 골반뼈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바 있다. 이 노동자는 MBC아트 소속으로 JS픽쳐스에 용역을 나가 있었다.

언론노조는 JS픽쳐스의 미술감독 B 씨가 MBC아트와의 용역계약에 포함되지도 않은 '샹들리에 설치'를 무리하게 요구했고, A 씨가 야간작업으로 피로 누적 상태라 다음날 설치하겠다고 부탁했음에도 설치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수준의 고강도 노동과 비인격적인 대우 때문에 사망한 '혼술남녀' 조연출 故 이한빛 PD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 지난해 4월이었다. 사회적 공론화 후 CJ E&M이 공식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게 올해 6월이었다.

이때 CJ E&M은 △프리랜서 AD 및 작가보조 용역료 인상·제작비 규정상에 명시 △적정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등 포괄적 원칙 수립 △프로그램별 스태프 인력들에 대한 상해보험 가입 △외주사와 스태프 간 계약시 합리적 표준근로계약서 마련 및 권고 △내·외부 근무환경에 대한 부당한 처우 및 고충 처리를 위한 창구 마련 등을 약속했다.

언론노조는 이 점을 들어,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드라마 제작 현장의 악습과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CJ E&M이 계열사인 JS픽쳐스에게 드라마 외주를 맡겼고, 제작사는 또 다시 자사 미술팀을 업무 지시자로 삼아 복수의 업체에게 세트 및 미술 작업을 '쪼개기'로 할당했다는 것이 언론노조 설명이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고에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 JS픽쳐스의 미술독과 사고 현장인 세트를 부실 시공한 업체의 대표 뿐 아니라 현장 총감독의 책임을 맡은 박홍균 PD의 사고 직후 대응과 책임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JS픽쳐스의 대표 또한 제작진이 새벽 1시에 퇴근할 정도로 무리한 촬영 일정이 진행되어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았다는 것을 과연 몰랐는지 의문이다. 이미 최악의 방송사고라는 오명을 쓴 CJ E&M 역시 외주제작을 맡기고 편성을 책임진 사업자로서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무리한 제작 일정, 후반작업 및 본방 강행을 요구한 것은 아닌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JS픽쳐스가 CJ E&M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이번 추락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을 CJ E&M에 요구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당국'에 2가지를 요구했다.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 (사진='화유기' 홈페이지 캡처)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 (사진='화유기' 홈페이지 캡처)
우선, 고용노동부에는 CJ E&M과 JS픽쳐스에 '드라마 제작 중지'를 명령하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시키고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원인규명 또는 예방 대책 수립을 위해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안전 보건 진단이나 그밖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권한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에는 관계당국과 조속히 협의하여 CJ E&M과 JS픽쳐스의 근로환경과 안전대책 수립 현황을 즉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노동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에 △드라마 업종의 근로조건 자율 개선 △외주제작 실태 및 근로환경에 대한 조사 정례화가 들어가 있으므로, 현장 및 관계자 엄정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건이 결코 드라마 제작에 종사하는 노동자 한 명의 안전사고가 아니"라며 "인권과 노동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제작 현장은 어떤 성과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가 즉시 '화유기'의 제작 중단을 명령하고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화유기'의 제작 중지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이런 사고를 잊고 '화유기'에 열광할 리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27일 오후 현재, '화유기' 시청자 게시판에도 전반적인 드라마 환경 재정비와 방송 연기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프로 퇴폐적 악동요괴 손오공과 고상한 젠틀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절대낭만 퇴마극이다. 박홍균 PD가 연출을, 홍자매(홍정은-홍미란)가 극본을 맡았고 이승기의 전역 후 복귀작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화유기'는 지난 24일 2회 방송에서 스턴트 배우들의 와이어줄이 그대로 노출되고 CG(컴퓨터그래픽) 작업이 되지 않은 장면이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방송도 파행 속에 돌연 종료돼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tvN은 곧바로 사과하고 25일 중간광고 없는 온전한 2회를 내보낸 후, '제작 및 방송 안정화'를 이유로 4회 방송을 내달 6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방송사고,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88' 때 반복됐던 '작품의 완성도'를 내세운 일방통보 식 방송 연기, 현장 스태프가 중상을 입는 추락사고 발생. 방송 2회 만에 각종 오명을 안은 '화유기' 측이 앞으로 어떤 대처를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