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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장기용 "좋은 말만 듣고 안주하면 발전 없다 생각"

[인터뷰] '고백부부' 정남길 역 배우 장기용 ②

2017-11-30 21:45

지난 18일 종영한 KBS2 '고백부부'에서 정남길 역을 맡은 배우 장기용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8일 종영한 KBS2 '고백부부'에서 정남길 역을 맡은 배우 장기용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장기용에게 2017년은 특별한 해였다. 웹드라마 '썸남'에서 주연 기제 역을,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선 1회부터 16회까지 한 회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지인호 역을 맡았다.

지난달 18일 종영한 '고백부부'에선 마진주(장나라 분)를 두고 최반도(손호준 분)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학내 최고 인기남' 정남길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매년 초 가족들과 모여 새해 목표를 공유한다는 장기용의 2017년 목표는 "신인 연기자로서 좀 더 괜찮은 작품에 들어가서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거짓말처럼 그 꿈을 이뤘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급부상한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깜빡 지나쳐버리는 작은 역에서부터 가장 최근작인 '고백부부'의 남길 역까지, 장기용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대중에게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장기용을 만나, 그의 학창시절부터 되고 싶은 배우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컷 인터뷰 ① '고백부부' 장기용 "좋아하던 배우 손호준과 호흡, 설렜다")

일문일답 이어서.

▶ '고백부부' 정남길은 극중에서 특히 여학생들이 흠모하는 인기남이었다. 본인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평범했다. 키가 커서 눈에 띄긴 했지만, 조용하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차분하고 내성적이었다. 남중남고 나와서 여자애들이랑 붙어있을 시간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여자애들이 말 걸 때 되게 쑥스럽고 부끄럽더라. (웃음) '얘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되지?' 할 만큼 내성적인 면이 강했던 것 같다. 모델 일로 사회생활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조금 달라졌다. 살짝 고양되는 느낌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장기용은 지난 2012년 모델로 데뷔해 '보그걸', '쎄씨' 잡지모델부터 서울컬렉션에 섰고 올해는 밀라노 무대에 섰다. (사진=장기용 인스타그램)
장기용은 지난 2012년 모델로 데뷔해 '보그걸', '쎄씨' 잡지모델부터 서울컬렉션에 섰고 올해는 밀라노 무대에 섰다. (사진=장기용 인스타그램)
▶ 배우하기 전에는 모델로 유명했다. 모델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시작한 것은) 21살 때였다. 당시에는 빠른 나이였는데 지금 21살은 늦은 감이 있다더라. 요즘은 17, 18살이 되게 많다. 울산에 있을 때, 19살 때 패션쇼 영상을 하나 보게 됐는데 보자마자 '이거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이 키(186㎝)에 모델 안 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운동도 할 순 있는데 패션모델 쪽으로 생각이 굳어졌다. 아무것도 없이 갈 순 없어서 준비를 했고 학교 합격해 자연스럽게 서울로 오게 됐다.

▶ 홍종현, 김영광, 김우빈, 이수혁, 성준 등 모델 출신 배우들이 잘 나가고 있다. 먼저 배우의 길을 간 선배들과 교류하는지 궁금하다.

친해진 선배님은 없다. 제가 모델 시작할 땐 다 연기 쪽으로 가셔서 뵐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아예.

▶ 배우의 꿈은 언제 갖게 된 건가.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됐고 욕심도 생겼다. 그러다 드라마 오디션 기회도 왔고, 준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기자 : '최고의 결혼', '선암여고 탐정단', '괜찮아, 사랑이야', '뷰티풀 마인드' 등 다양한 작품에 나왔던데 이런 역들은 오디션을 본 건가)그렇다. 다 오디션으로 들어갔다.

▶ 올해는 극중에서의 역할이 부쩍 커졌다. 이전까지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전에도 제가 작품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고백부부'에서는 그 느낌이 더 확 와서 책임감을 느꼈다. 더 집중하려고 많이 고민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많이 생각했다. 이런 적이 처음이니까. (웃음) KBS 드라마에 비중 있는 역할로 들어가는 것도 처음이고. '처음'인 게 너무 많았고 그래서 처음 느끼는 것도 많았다. 너무 좋은 감독님, 작가님, 선배님들 만나서 끝까지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

▶ 과거 인터뷰를 보니 드럼 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드럼을 배웠더라. '힙합의 민족2'에서 결승 진출을 할 만큼 랩도 수준급이고. 재주가 많은데 요즘 또 새롭게 배운 게 있나.

배우는 것을 워낙 좋아해요. 음악적인 센스가 없거나 몸치, 박치 이런 건 아니다. 주위에서 알려주면 금방 배우는 편이고 새로운 걸 배우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다. 드럼도 잘 치지는 못하는데 (웃음) 웹드라마에 드럼 씬이 하나 있었다. (제작진은) 대역 쓰면 된다고 했는데 어차피 드럼을 쳐야 한다면 제가 직접 하는 게 낫지 않나 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근데 너무 재밌었던 거죠. 그래서 드라마 끝나고도 배웠다. 그러다 '그거너사'에서 드럼 역할을 못했다. 정말 잘하지는 못하는데 그냥 띵가띵가할 수는 있다.

'고백부부' 하면서는 수영을 처음 배웠다. 다행히 물을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수영을 배웠다. 엄청 어렵더라고요. (웃음) 호흡법보다 물에 들어가면 몸이 가라앉더라. 뜰 줄 알았는데… 레슨을 받으며 아주 천천히 감을 잡기 시작했다. TV로 봤을 때 자유형보다는 접영이 좀 잘해 보이니까 (웃음) 그게 낫다고 판단해서 감독님께 접영을 하겠다고 했다. 배운 시간이 얼마 안 돼서 감독님은 대역 쓰려고 하셨는데 제가 했다. 그날 하루 다 촬영하고 수영씬을 새벽 3~4시에 했는데 좋은 컨디션에 했으면 더 프로답게 잘했을 텐데 아쉽다. 냉정하게 말하면 노력이 좀 부족했던 거죠.

장기용은 '노래싸움 승부', '힙합의 민족2'에서 노래, 랩 실력을 뽐낸 바 있다. (사진=각 방송 캡처)
장기용은 '노래싸움 승부', '힙합의 민족2'에서 노래, 랩 실력을 뽐낸 바 있다. (사진=각 방송 캡처)
▶ 극중 수영씬을 보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연기도 그렇고 본인한테 엄격한 편인 것 같다.

네. 그냥, 모델 일할 때도 느꼈던 건데 저는 좀 부족해 보이는데 예쁘다는 적이 있었다. 저는 아직 못 보여줬고 완전히 소화 못했는데 괜히 빨리 끝내시려고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좋은 말만 듣고 그냥 안주하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기분 좋은 말을 들어도 그날만 그 기분을 즐긴다. '아, 내가 그래도 잘했구나!' 하고. 다음날부터는 바로 그 말을 머릿속에서 지운다. 그게 제 성격인 것 같다.

▶ 낯도 가리고 소극적인 성격이라고 했는데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두려움과 부담감을 이겨내게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차피 해야 되는 거니까. 캐릭터대로 보여주는 게 배우니까 하게 되는 것 같다.

▶ '고백부부'에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설정이 있었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나 먼저 가 보고 싶은 미래가 있나.

아직 어린 나이지만 돌아간다면 중고등학교 때로 돌아갈 것 같다. 애들끼리 그냥 급식 같이 먹고 말뚝박기하고 그런 추억들이 소소하지만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되게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다. 미래로 간다면 할아버지 때로 가보고 싶다. 지금 20대잖아요, 제가. 지금 가진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그 나이 때 보면 되게 아무것도 아닐 것 같다. 제 아들과 손자를 바라보면 제가 지나온 시간이니까 '그땐 그랬었지' 할 것 같다.

▶ 10년 전 자신이 꿈꿨던 모습과 지금은 얼마나 닮아있나.

기억이 안 나요. 옛날에는 그냥 이쪽에서 일을 한다고는 상상을 못했다. 좋은 아빠나 남들 다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 정도를 생각했지, 서울에서 이렇게 모델 일하고 연기자 길을 걷고 이런 건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상상 못했다.

▶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하는 편인가. 아니면 그때그때 일에 대처하는 편인가.

전 그때그때 하는 편이다. '고백부부' 촬영 전이라고 하면 끝날 때까지 어떻게 역할 소화하고 마무리할 것인지만 생각한다. 앞에 있는 것부터 하지, 몇 년 뒤까진 생각 않는다.

장기용은 올해 '썸남',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고백부부'에 연달아 출연했다. (사진=각 방송 캡처)
장기용은 올해 '썸남',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고백부부'에 연달아 출연했다. (사진=각 방송 캡처)
▶ 올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되게 감사하고 보람 있는 해였다. 가족들끼리 매년 초마다 모여서 각자 포부를 밝히는 게 있다. 아빠, 엄마, 형, 제 목표를 다 말하는 시간이 있다. 저는 그렇게 말했다. 신인 연기자로서 좀 더 괜찮은 작품에 들어가서 저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그게 현실이 됐고 그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 2018년에도 가족모임이 있을 거다. 2017년보다 '좀 더' 감사하고 보람 있는 해였으면 좋겠다.

▶ 가족들끼리 새해 목표를 공유한다니 신선하다. 연초 목표를 말할 때 지난해의 달성 여부도 같이 말하나.

그건 자유다. (웃음) 이건 옛날부터 했다. 저희 할아버지가 호랑이다 못해 되게 무서운 사자 같은 분이셨다. 엄격하기도 하고. 어른이 수저 들면 식사해야 되고 밥 먹을 땐 아예 대화를 못하고. 저도 할아버지 눈도 못 보고 밥만 먹어야 됐다. 아빠도 할아버지가 무서웠고, 추억도 별로 없었다더라. 아빠는 훗날 자식을 낳으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해서 매주 가족끼리 갖는 시간을 만드셨다. 아무리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가 중요해도 주말은 가족끼리 보내야 한다는 주의였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저희도 엄마아빠랑 시간을 보내면 좋기 때문에. 등산도 하고 온천도 가고 외식도 한다.

▶ '고백부부'로 만약 연말 시상식에 참가하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상은 받으면 좋지만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고백부부'로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되게 좋을 것 같다. (웃음) 연말에 항상 가족들끼리 시상식을 다 같이 보는데 그때마다 생각을 했다. '아, 내가 저기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만약 시상식에 간다면) 항상 TV로만 봤던 그곳에 가는 저도 신기한데 제 가족이나 지인은 얼마나 좋아하며 신기해할까 하는 생각이다. 조금씩이나마 차차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히스 레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다크나이트' 조커라는 캐릭터로 처음 봤는데 너무 무서울 정도로 소화를 잘 하더라. 어떤 작품을 했을까 궁금증이 생겨서 다른 것도 봤다. 같은 사람인 줄 모를 정도로 이미지 변신을 정말 다른 사람처럼 하더라. 정말 다양한 느낌의 다양한 목소리와 마스크의 매력을 가진 배우더라.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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