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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인사이드]투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닳는다

고교투수 이수민 과다 투구…선수 생명 망치는 지름길

2013-05-24 10:52

[MLB인사이드]투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닳는다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기자가 국내에서 고교야구의 주말리그를 시도할 때 야구인들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몇몇 야구인들은 앞으로 벌어질 주말리그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특정 투수가 집중적으로 투입돼 오히려 더 혹사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대구 상원고의 이수민이 대표적으로 떠올랐다. 더구나 이수민은 현대 야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투구수 179개를 기록하며 미국 인터넷에도 등장했다. 한마디로 고등학교 투수(프로 선수도 마찬가지)에게 179개의 투구는 어불성설이다. 앞으로 이 투수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지만 부정적인 쪽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179개의 투구인가.

이수민의 과다 투구로 혹사 여부가 거론되자 기아 선동열 감독, 롯데 김시진 감독, 한화 송진우 코치는 “우리 때는 그보다 더 많이 던졌다. 고등학교 때 그 정도 던지는 것도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된다”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찬성쪽 의견을 보였다.

이런 과다 피칭은 중남미에서도 벌어질 수 없는 아주 후진적인 야구의 한 단면이다. 감독이 보호해주고 전문 트레이너가 봐주고 있으니 괜찮다고. 무엇을 보호해주고 무엇을 관리해주는지 25년 야구기자는 알 수가 없다. LA 다저스에 전문 트레이너가 없어서 그렇게 많은 선수가 부상자 명단(DL)에 오르는 게 아니다. 요즘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보호를 해도 부상이 나오기 마련이다. 김시진, 선동열, 송진우가 야구할 때와 2013년의 야구는 다르다.

흔히 기성세대들은 과보호속에서 자란 요즘 아이들을 보면 “우리 때는 아무 데서나 뒹굴고 어는 정도 맛이 간 음식을 먹어도 병에도 걸리지 않았는데…”라며 온실속에서 성장한 애들과 곧잘 비교한다.

그렇다. 예전에 어린 시절 지금은 끔찍하기까지 한 ‘망마청마’, ‘말타기’ 등의 위험한 놀이를 해도 누가 허리 다쳤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요즘은 이런 놀이를 할 수도 없는 환경이고 해서도 안된다. 한 겨울에 방한복 없이 놀아도 거뜬했던 때다. 이렇게 세상은 변했고 다르다.

김시진, 선동열 감독, 송진우 코치는 그들의 잣대로 이수민을 평가해서도 안되고 179개의 피칭이 옳다고 해서도 안된다. 선수는 부상없이 롱런을 해야 한다. 반짝 잘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수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재주가 뛰어난 훌륭한 재목들 많다. 하지만 본인의 관리 잘못, 지도자 잘못 만나 망가진 경우는 헤아릴 수가 없다. 상원고의 박영진 감독이 이수민의 일생을 책임진다고 장담할 수 있나. 투수의 어깨는 쓰면 쓸수록 달게 돼 있는 법이다. 포수도 오랫동안하면 2루 송구가 제대로 안된다. 왜, 오랫동안 어깨를 사용해서다. 하물며 투수는 더 심하다.

국내와 일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의 투수들보다 프라임타임이 왜 짧은지를 살펴 보면 답이 나온다. 김시진 감독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1승도 없는 게 큰 경기에서 약한 ‘새가슴 ‘때문이 아니고 이미 정규시즌에서 모든 게 고갈돼서다. 국내에서는 정규시즌 MVP급 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선발로테이션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게 한 원인이다. 선동열 감독도 한국시리즈에서는 강한 투수가 아니었다.

미국은 고등학교부터 학교에서 단체운동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클럽중심이다. 리틀리그부터 고등학교 투수들은 1주일에 10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하는 규정이 있다. 부상과 어린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못하도록 제도로 막아 놓은 것이다. 미국에는 주말리그도 없지만 국내처럼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에서 연속 완투를 할 수 없게 돼 있는 구조다. 미국 고등학교는 7이닝 게임이다.

미국에서 왜 투구수와 이닝을 제한하고 있는지는 뻔하다. 과다 투구와 과다 이닝은 투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나올 수 있고, 프로 선수의 경우 다음 등판에 영향을 미친다. 사례가 백과사전을 만들어도 될 정도다. 어린 선수라고 170개씩 던져도 된다는 이론은 어디에도 없다. 어리니까 더 보호해줘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김시진, 선동열, 송진우는 대한민국이 배출한 특급투수 계보에 속하는 레전더리급이다. 이들은 몇십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하는 투수들이다.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원 인 어 밀리언 피처(one in a million pitcher)’다. 백 만 명에 한 명이다. 이들은 하늘이 준 투수들이다. 그랬기에 부상없이 오랫동안 롱런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관리를 잘한 점도 있을테고.

국내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의 합리적이고 좋은 점보다는 일본식의 정신력을 강조하는 야구에 익숙해져 있다. 지도자들 대부분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일본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일본식 야구는 정석처럼 받아 들이고 따르는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기본기를 강조하는 일본야구에 장점도 많다.

하지만 야구 역사에서 미국과 일본은 비교할 수 없다. 파워 역시 다르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의 롱런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선발로테이션을 정확히 지키고, 투구수를 제한하는 합리적인 야구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성공 사례를 거론할 때마다 나오는 게 ‘한국에 있었으면 과연 대투수가 될 수 있을까’다. 한국에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탄생할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이유다.

이수민의 혹사여부가 미국 인터넷에 등장할 때 텍사스 레인저스 다르빗슈 류의 피칭이 도마에 올랐다. ‘과다투구(over working)’였다. 도마에 오른 주인공은 론 워싱턴 감독이다. 지난 16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8이닝 동안 130개를 던지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6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도 127개를 던졌기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올 4월 시즌 두 번째 등판인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85개를 던진 게 유일한 100개 미만의 피칭이다.

워싱턴 감독은 이를 의식해 22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 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6이닝을 던지게 하고 뺐다. 투구수는 101개였다. 전 경기에서 130개를 던지지 않았으면 다르빗슈에게 더 던질 것인지 의사타진을 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모든 감독은 에이스가 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6회를 마치고 교체하는 경우는 없다.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고, 최소한 패배는 면하게 해줘야 하는 배려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올해 10경기 평균 108.6개의 피칭을 하고 있다. 많은 투구수는 아니지만 3경기에서 두 번이나 120개 이상을 던지자 곧바로 ‘오버워킹’ 문제가 제시된 것이다. 고등학교 투수가 179개를 던졌는데도 괜찮다는 국내 야구 풍토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통 국내에서도 고등학교에서 과다한 투구를 하지 않는 선수들이 프로에서도 성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박찬호도 공주고등학교에서 혹사당하지 않은 투수다. 179개씩 무식하게 던지게 하는 지도자가 사실은 더 문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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