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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축구①] 현재만 보는 '축피아', 미래는 없다

2017-10-16 06:00

한국 축구가 위기다. 아시아 축구 최초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새 역사를 썼지만 많은 축구팬은 뜨거운 환영이 아닌 날이 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를 통해 3회에 걸쳐 한국 축구가 처한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지난 달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이라고 스스로 칭한 축구팬 10여 명이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팀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자 즉시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지휘봉을 히딩크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더욱 나아가 '한국 축구의 사망'을 알렸고, 결국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과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들을 피해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2017년 10월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그야말로 가시방석 위에 앉아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많은 축구팬은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4년 전 브라질 대회의 악몽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본선 출전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롱이 쏟아진다. 이쯤되면 1933년 조선축구협회가 출범한 이래 역사상 가장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난은 단순히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 때문일까. 축구협회는 무슨 이유로 ‘동네북’이 되어야 했을까. 축구협회를 오랜 시간 지켜본 이들은 단순히 최근의 불만이 만들어낸 단순한 ‘폭발’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그동안 누적된 ‘빛’에 가려진 ‘어둠’이 다져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위기의 한국축구①] 현재만 보는 '축피아', 미래는 없다
◇ ‘미래’가 없는 축구협회, 오직 ‘현재’만 보나

축구인 A씨는 “축구협회는 미래가 없다. 오직 현재뿐”이라며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것이 축구협회의 현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처한 일만 처리하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 A씨의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A씨는 한국 축구가 처한 최근의 위기 상황은 지도자 육성을 게을리 한 결과라고 꼽았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유소년 육성을 위해 전 세계 주요 축구 강국의 사례를 인용해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8인제 축구의 도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다. 선수 육성의 결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이들을 육성할 지도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사실상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연령별 대표팀 역시 공통된 방향성을 갖고 운영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처한 대회에 맞춰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구성하고 대회 후 사실상 해체를 반복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운영은 힘들다. 독일 축구대표팀 수석코치를 거쳐 감독을 맡아 성공적인 결과를 내는 요아힘 뢰브 감독의 예는 한국 축구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동화’일 뿐이다.

선수와 지도자가 동반 성장해야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 그동안 많은 지도자는 축구협회가 사용한 ‘부품’에 지나지 않았다.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지 않을 경우 언제든 ‘부품’을 갈아치웠다. 2013년의 홍명보처럼 2017년의 신태용이 그렇다. ‘부품’ 교체에도 여전히 한국 축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부품’의 문제가 아닌 ‘본체’의 문제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의 한국축구①] 현재만 보는 '축피아', 미래는 없다
◇ ‘책임자’ 없는 축구협회, 현실 감각이 ‘0’일 수밖에…

분명 2017년 현재 한국 축구는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비단 축구대표팀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의 부진한 국제대회 성적이 이를 설명하는 가장 분명한 근거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직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각급 대표팀의 감독 그리고 선수의 몫이다.

이들을 뽑은 권한을 가진 이가 짊어질 책임은 없다.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누구 하나 확실하게 책임지는 이 없이 자리만 바뀐다. 사람은 달라지지 않았다. 매번 책임자만 바뀌는 탓에 축구협회는 ‘축피아’라는 조롱도 들어야 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과 신태용 감독의 부임과 맞물려 이용수 부회장과 김호곤 부회장은 한국 축구의 기틀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직책인 기술위원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사실상 맞바꾸기다. 2014 브라질월드컵 부진으로 사퇴했던 당시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 자리를 옮겨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확고하게 구축된 '그들만의 조직'은 외부의 공격에 더욱 단단해졌다. 커지는 비난에 떠밀려 시도한 변화는 때를 놓치기 일쑤였다. 판단과 결정이 매번 늦었던 탓이다. 그러는 동안 누적된 축구팬의 분노와 실망은 축구협회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의 분노와 실망이 쉽사리 식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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