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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클리 가승인 막은 KBL 결정은 타당한가

2017-01-11 06:00

마커스블레이클리(사진제공=KBL)
마커스블레이클리(사진제공=KBL)
KBL이 마커스 블레이클리를 대체 외국인선수로 영입하려는 울산 모비스의 시도를 가로막았다. KBL은 왜 이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먼저 그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12월11일 모비스에서 뛰던 블레이클리에 대해 가승인 신청을 냈다. 블레이클리는 네이트 밀러의 대체 선수로 뛰고 있었다. 12월11일은 밀러의 부상 공시 시한이 끝난 다음날이었다. 규정에 따라 모비스보다 지난 시즌 순위가 낮은 KGC인삼공사에게 독점 및 우선 협상기간 일주일이 주어졌다.

모비스는 타구단이 블레이클리를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키퍼 사익스를 블레이클리로 완전 교체하겠다는 KGC인삼공사의 결정은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누구도 예상 못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KGC인삼공사가 모비스를 견제하기 위해 가승인 신청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KGC인삼공사는 일주일 안에 교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고 그 기간에는 사익스의 출전이 가능했던 반면, 블레이클리는 경기에 뛸 수 없었다. KGC인삼공사가 정말 사익스를 교체할 뜻이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KGC인삼공사 측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사익스보다 블레이클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설득력은 충분했다. KGC인삼공사는 올시즌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서울 삼성에 유독 약했고 특히 마이클 크레익이 뛰는 2-3쿼터 경쟁력에서 크게 뒤졌다. 가드(사익스)보다는 언더사이즈 빅맨(블레이클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블레이클리는 KGC인삼공사의 영입 제안을 사실상 뿌리쳤다. KGC인삼공사는 일주일동안 블레이클리와 협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일주일이 지나면 블레이클리에 대한 가승인 신청 절차가 다시 시작되고 이미 신청서를 냈던 KGC인삼공사는 모비스에게 순위가 밀리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비스가 블레이클리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사전 접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겼다. 모비스는 절대 아니라며 억울해했다. 당시 블레이클리는 KBL이 아닌 타리그 진출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 블레이클리에 대한 추가 가승인 신청은 없었다. 모비스는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블레이클리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모비스가 지난주 밀러를 블레이클리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KBL은 갑자기 재정위원회를 열었다.

KBL은 10일 블레이클리에 대한 가승인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KBL은 "재정위원회는 KBL 외국선수 드래프트 선발 규정 정신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결정을 내렸다. 블레이클리가 지난해 7월말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되지 않았지만 외국 선수 규정을 통해 협상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KBL 교체, 대체 규정 및 정신에 입각해 계약을 해야 하지만 명확한 사유없이 선수가 특정 구단을 선택해 입단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이는 KBL 내 구단간 질서와 신뢰에 심각한 위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GC인삼공사에서 취득한 일주일동안의 가승인 기간동안 타 리그 진출을 이유로 입단 요청을 거부했으나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타 리그 진출 사실 없이 다시 KBL 내 타 팀과의 입단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그 커미셔너는 구단의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블레이클리를 두고 모비스와 KGC인삼공사 구단 사이에 갈등이 커질 여지가 분명히 있었다. KBL은 중재 차원에서 블레이클리를 아예 올시즌 KBL에서 뛸 수 없도록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블레이클리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거부한 근거는 다소 부족해보인다. KBL은 규정 위반이 아니라 '규정 정신 위반'을 이유로 댔다. 정해진 규정 때문에 아니라 '정신' 때문에 중대한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애매하고 추상적이다.

KBL은 올시즌 외국인선수, 특히 단신 외국인선수 교체 때문에 여러차례 홍역을 치렀다.

창원 LG의 대체 선수로 뛰던 마리오 리틀에 대해 서울 SK가 가승인 신청을 했을 때 리틀이 SK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당시 리틀을 원하는 구단이 많았기에 리틀로서는 고민의 여지가 있어보였다. 일주일이 지나면 새로운 구단과 협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리틀은 우여곡절 끝에 SK 유니폼을 입었다.

블레이클리가 왜 KGC인삼공사와 계약을 하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 KGC인삼공사보다는 11경기동안 뛰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모비스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수도 있다. 블레이클리 입장에서는 일주일만 보내면 모비스와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단신 외국인선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역으로 단신 외국인선수에게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현 규정상 그렇게 됐다.

KBL은 규정이 아닌 규정 정신을 근거로 선택의 자유를 박탈했다.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된 선수는 지명권을 행사한 구단과 반드시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처럼 대체 선수도 '가장 먼저' 가승인 신청을 한 구단과만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타구단의 영입 제안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규정은 없다. KBL의 주장이자 해석이다.

만약 모비스가 KGC인삼공사의 우선협상 기간에 블레이클리와 사전 접촉한 증거가 있다면 KBL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아무 증거도 없다. "현재까지 타 리그 진출 사실 없이 다시 KBL 내 타 팀과의 입단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심증을 가승인 신청 불허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해프닝이 벌어진 이유는 KBL이 단신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으로 선수 풀(pool)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이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규정을 사전에 보완하지 못했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 탓에 구단들만 피해를 입었다.

선수에게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KBL이 외국인선수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을 규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해프닝을 방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아예 외국인선수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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