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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내년 스케줄을 ‘미리’ ‘성대하게’ 발표하는 KPGA의 고충

2016-12-20 11:55

양휘부회장자료사진.
양휘부회장자료사진.
[태평로=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아마도 내년도 스케줄을 이렇게 미리, 기자분들 다 모아서 발표하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양휘부 KPGA(한국프로골프)투어 회장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을 꺼냈다.
그 말 그대로다. 2017년 투어의 스케줄은 아직 100% 확정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KPGA는 연말 분위기가 한창인 12월 20일에 차기 년도 스케줄의 윤곽을 미리 발표했다. 올해 13개 대회로 치러졌던 투어가 최소 18개 대회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대회 중 3개 대회는 아직 스폰서사와의 계약이 완전히 확정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누가 후원하는 어떤 대회인지는 발표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완전히 확정된 것도 아니지만, KPGA 관계자는 “18개 대회의 상금을 다 합하면 140억원 규모다. 역대 KPGA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미리 자랑을 했다. 골프팬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발표가 때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빨리 스케줄을 발표했을까. 양 회장은 “선수들이 일본투어도 뛰어야 하고, 유러피언투어나 PGA(미국프로골프)투어도 뛰기 때문에 미리 알고 준비 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KPGA 코리안투어를 뛰는 선수들은 최근 몇 년간 ‘눈물의 투잡’을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리안투어 대회 수가 워낙 적고, 여름 혹서기에는 거의 두 달 가까이 휴식기다. 상금을 벌어야 하는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일본, 중국, 유럽 등 해외투어의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PGA투어에 도전하기 위해 웹닷컴투어를 함께 소화하는 선수도 있다.

양 회장은 “올 시즌은 우리가 거의 ‘빈사 상태’에서 치렀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스폰서사와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한 달 전에 대회 장소를 결정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러다 보니 집행부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최근 선수 대표들과 간담회를 했다. 어떤 선수가 ‘올해 KPGA선수권이 스카이72에서 열리는 줄 알고 준비했는데, 한 달 전에 장소가 바뀌었다고 통보하더라. 왜 그런 걸 미리미리 확정을 못 해주냐’고 항의했다. 할 말이 없었지만, 정말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해줬다”는 씁쓸한 고백도 했다.

KPGA가 내년 일정을 미리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생계’를 위해 해외투어를 병행하는 선수들의 편의를 헤아리는 동시에 ‘우리가 이만큼 대회를 늘렸다’는 노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눈물 겨운 사연이 숨어있다.


태평로=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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