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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947] 왜 ‘스켈레톤((skeleton)’이라 말할까

2026-10-26 06:25

 스켈레톤 경기 모습
스켈레톤 경기 모습
시속 130km 안팎의 속도로 얼음 트랙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선수. 머리를 진행 방향으로 두고 엎드린 채 질주하는 종목의 이름은 ‘스켈레톤(skeleton)’이다. .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먼저 ‘해골’을 떠올리기 쉽다. 영어 ‘skeleton’이 해골이나 골격을 뜻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 종목의 유래는 죽음이나 위험이 아니라 썰매의 생김새에 주목한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skeletos’는 ‘말라버린 몸’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여기에 몸을 뜻하는 ‘soma’가 결합한 ‘skeleton soma’는 말라버린 몸, 즉 미라나 해골을 가리켰다. 이후 이 표현에서 ‘몸’에 해당하는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켈레톤이라는 명칭이 독립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 말은 라틴어를 거쳐 영어에 들어왔으며, 영어에서는 16세기 후반부터 해골이나 골격을 뜻하는 명사로 사용된 기록이 나타난다.

스켈레톤의 역사는 19세기 후반 스위스 생모리츠의 얼음 트랙과 관련이 깊다. 알프스를 찾은 영국인 여행객과 썰매 애호가들이 활강을 즐기면서 이 종목의 토대가 마련됐다. 당시의 썰매는 오늘날처럼 정교한 장비가 아니었다. 특히 1890년대에 등장한 금속제 썰매는 장식이나 두꺼운 몸체 대신 가느다란 금속 구조가 두드러지는 형태였다.

이처럼 뼈대만 드러난 듯한 썰매의 모습이 사람의 골격을 연상시켰고, 여기에서 스켈레톤이라는 이름이 비롯됐다는 설명이 전해진다. 여러 스포츠 참고 자료도 썰매의 단순한 구조 또는 골격을 닮은 외형을 명칭의 유래로 소개한다.

다만 어원에 관해서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름이 처음 붙은 정확한 경위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어로 썰매를 뜻하는 말이 영어식으로 변형돼 스켈레톤이 됐다는 가설도 있다. 따라서 금속 썰매의 외형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명은 유력하게 소개되는 이야기이지만, 유일하게 입증된 기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88년 스켈레톤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88년 9월5일자 ‘冬季大會(동계대회)1924년 佛(불)몽블랑서 첫선’ 기사에서 ‘동계올림픽에서도 시범종목이 채택되곤했는데 32년미국 레이크 플래시드대회에서는 독 슬레이(개썰매경주),48년 제5회 스위스 생모리츠대회에서는 아이스댄싱,군대스키,동계5종경기,스켈레톤슬레이등이 ...’이라고 전했다. 이 기록은 우리나라 언론이 스켈레톤을 독립적인 경기 종목으로 소개하기 시작한 시기를 살펴보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이 기사가 국내 언론에서 해당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례인지는 별도의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 1988년 이전에도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서 스켈레톤 또는 스켈레톤슬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켈레톤은 192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1948년 같은 도시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도 경기가 치러졌지만, 이후 올림픽 프로그램에서 제외됐다. 오랜 공백을 거친 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남녀 종목으로 다시 정식 채택됐다.

이러한 역사도 종목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준다. 스켈레톤은 오랜 썰매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정밀한 장비와 과학적인 훈련, 고도의 신체 조절 능력이 결합된 스포츠로 발전했다. 납작한 썰매 위에 몸을 싣는다는 기본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경기의 기술과 장비는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우리는 흔히 복잡하고 화려한 것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켈레톤은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장비에는 핸들도 브레이크도 없고, 선수는 몸을 낮춘 채 작은 움직임으로 방향을 잡는다. 눈에 띄는 장치가 많지 않은 대신, 그 안에서 요구되는 기술은 극도로 정교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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