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남자배구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다. 세 세트 모두 15점도 넘기지 못했고 경기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농구 역시 일본과의 격차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축구는 일본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층을 꾸준히 늘리면서 아시아 최강권으로 올라섰다. 야구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NPB라는 거대한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선수층을 두껍게 만든 데 이어 MLB에서도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과 비교할수록 선수층의 깊이에서 밀린다.
문제는 특정 감독이나 특정 세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스포츠의 선수를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저출생으로 유소년 선수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학교 운동부 중심의 전통적인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약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빈자리를 메울 클럽 시스템과 생활체육 기반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선수 풀이 줄어드는데 육성 시스템까지 제대로 바뀌지 않는다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과의 차이가 단순히 선수 한두 명의 능력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선수들이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기존 엘리트 체육의 힘이 빠지는 동안 새로운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
그래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한국 구기종목의 현실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홈 관중과 경기장 환경까지 일본에 유리한 상황에서 한국이 축구, 야구, 농구, 배구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시안게임에서 몇 개 종목의 메달을 놓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들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엘리트 체육의 종말’이라는 표현이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야구·농구·배구에서 동시에 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언젠가는 이 표현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은 그 현실을 감출 수 없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일본 안방에서 펼쳐질 한일 스포츠 경쟁은 한국 구기종목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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