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정말로 열심히 뛰었다. 전반 12분 왼발 슈팅은 빗나갔고, 전반 38분 오른발 중거리는 크로스바 위로 넘어갔다. 1분 뒤 다시 왼발로 때렸지만 골문 옆으로 흘렀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컷백 패스를 발에 갖다댔지만 역시 불발이었다. 후반에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가 왔지만 끝내 막혔다.
팀 내 최다인 여섯 번의 슈팅이 모두 골대를 비껴간 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4분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했다. 오현규는 후반 35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준비가 부족했던 걸까. 아니다. 손흥민은 지난 대표팀 평가전에서 2골을 넣으며 A매치 56호골을 기록했다. 몸 상태가 나빴던 걸까. 그것도 아니다. 체코 감독이 경기 후 "손흥민을 막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을 만큼 그는 위협적으로 움직였다. 기술이 사라진 것도, 다리가 굳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기서 뇌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우리 뇌 앞쪽 한가운데에는 '자기 감시탑'이라 부를 수 있는 부위가 있다. 전측대상피질(ACC)이 그것인데,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평소엔 조용히 배경에서 돌아간다. 그런데 '이번엔 꼭 잘 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수록 이 감시탑이 갑자기 세게 켜진다.
문제는 감시탑이 너무 뜨겁게 달아오를 때 생긴다. 뇌는 공을 차는 데 집중하는 대신 이런 질문들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지금 잘 하고 있나?' '이번엔 꼭 넣어야 하는데.' '또 놓치면 어쩌지?' 발이 슈팅 동작을 시작하는 그 찰나에도 이 점검은 멈추지 않는다. 원래 몸에 배어 자동으로 나와야 할 동작이 갑자기 한 단계씩 의식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마치 평생 걸어온 사람이 갑자기 '지금 왼발 들었나, 오른발 내딛는 거 맞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비틀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장면은 스포츠 밖에서도 늘 일어난다. 수십 번 연습한 발표가 면접관 앞에서 머릿속에서 통째로 사라지는 취업준비생, 집에서는 완벽하게 쳤던 피아노가 발표회 무대에서 손가락이 꼬이는 학생, 연습 때는 거뜬히 넣던 자유투를 결승전에서 림에 걸리는 농구 선수가 그런 예들이다.
공통점은 하나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잘 하는 것' 자체를 방해했다.

네 번째 월드컵, 주장 완장, 한국 축구가 기대는 얼굴들의 그 무게가 평가전과는 전혀 다른 압박으로 감시탑을 달궜고,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마음이 되레 '잘 넣는 것'을 막아버렸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있다. 교체 투입된 오현규를 보자. 첫 월드컵 본선, 교체 자원, 기대보다는 해방감. 그의 감시탑은 손흥민만큼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뇌가 개입하기 전에 발이 먼저 움직였고, 역전골은 그 결과였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여섯 번의 슈팅은 헛수고였을까. 뇌과학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한 번 과열됐다 식은 감시탑은 다음번에 같은 온도로 달아오르지 않는다. 이미 겪었으니까, 이미 알고 있으니까. 가장 뜨거운 압박을 첫 경기에서 소진했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멕시코전을 향한 조용한 예열이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월드컵 무대에서 늘 그렇게 해왔다. 막혔던 경험이 다음 골의 재료가 됐다. 2차전은 6월 19일, 개최국 멕시코와의 맞대결이다. 홈 팬들의 함성이 쏟아지는 그 그라운드에서 손흥민은 다시 최전방에 설 것이다. 이번에는 감시탑이 조용한 채로, 체코전에서 여섯 번 달궈진 그 발이, 멕시코 골문 앞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그 순간,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것이 갑자기 안 됐던 경험은 실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다. 뇌 속 감시탑이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 다음번에는 대부분 된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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