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고척돔에서 한국판 폴 스킨스의 탄생이 목격됐다. 한화 이글스의 19세 신예 정우주가 리그 최고 투수 안우진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이날 정우주가 보여준 투구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최고 시속 155km에 달하는 직구는 단순한 속도를 넘어 타자의 배트를 찍어누르는 힘이 실려 있었다. 3회까지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는 안우진이라는 거대한 산을 앞에 두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19세 투수의 강심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비록 4회에 외야수의 실책성 플레이로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기 전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만큼은 안우진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정우주의 선발 기용은 '만시지탄'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한화는 선발 DNA를 가진 그에게 불펜이라는 옷을 입혔다. 처음부터 어색했다. 작년의 호성적은 착시 현상이었다. 결국 그는 올해 초반부터 부진했다. 기자와 이대호 같은 '레전드'는 그의 선발 전환을 촉구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문동주의 하차로 어쩔 수 없이 정우주를 선발로 기용하기로 했다. 상황이 만든 보직 이동이었다. 정우주는 자신이 왜 불펜이 아닌 선발이 돼야 하는지를 입증했다.
이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꾸준한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인 투수에게 한두 번의 난조는 성장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안우진을 상대로 증명한 '무력시위'는 정우주가 관리 대상이 아닌, 한화의 마운드를 이끌어나갈 주역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가 선발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기회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정 안 되면 2군에 보내 선발 수업을 계속 받게 해야 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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