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은 여전히 이승현의 '어마무시'했던 인생투를 기억한다. 작년 7월 4일 대구 LG전, 그는 마운드 위에서 그야말로 절대 군주와 같았다. 9회 1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목전에 뒀다. 비록 신민재에게 통한의 홈런을 허용하며 기록은 깨졌지만, 그날 이승현이 보여준 구위와 배짱은 삼성 좌완 선발 잔혹사를 끝낼 재목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난 8일 KIA전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제구 난조와 경기 운영 미숙으로 조기 강판당하며 팀 불펜에 과부하를 안겼다. 평소 선수들을 아끼던 박진만 감독도 이번만큼은 차가웠다. 박 감독은 "선발 투수로서 왕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뱉었다. 평소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이례젹 '츤데레' 스타일을 보여줬다. 박 감독이 이토록 강한 채찍질을 가한 것은, 그만큼 이승현을 팀의 대체 불가능한 전력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공은 이승현에게 넘어갔다. 감독의 독설은 굴욕이 아닌, 진짜 '왕'으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의례다. 2군에서 칼을 갈아 돌아오는 왕은 더 무서운 법이다. 이승현이 이번 시련을 발판 삼아 정신력을 무장하고 다시금 마운드라는 권좌에 올라 포효할 수 있을지, 삼성 팬들의 시선은 벌써 그의 화려한 복귀전으로 향하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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