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28일 토요일 오후 두 시 잠실, 인천, 대구, 창원, 대전 다섯 개 구장에서 팬들의 환호 속에 열렸다.
나는 이 채널에서 저 채널로 기웃거리다 보니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일요일에도 같은 짓을 반복했다. 야구를 보는 건지, 야구에 끌려다니는 건지.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전국 다섯 개 구장에서 2026 KBO 시즌 개막 2연전이 펼쳐졌고 10개 구단의 희비가 선명하게 엇갈렸다.
KT가 디펜딩 챔피언 LG를 이틀 연속 잡으며 잠실을 접수했다. 인천에서는 SSG가 KIA를 상대로 2연승을 챙겼다. 대구에서는 롯데가 홈런 7방을 쏘아올리며 11년 만의 개막 2연승을 만들었다. 창원에서는 구창모가 부상 공백을 딛고 돌아와 두산을 틀어막았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키움을 상대로 이적생과 신인들의 활약으로 2연승을 챙겼다.
같은 시간, 같은 리그인데 어떤 뇌는 들뜨고 어떤 뇌는 가라앉았다. 왜 그럴까?
답은 도파민과 코르티솔의 맞교환에 있다. 승리하는 순간, 뇌는 보상 쿠폰을 한꺼번에 지급한다. 그 짜릿한 불꽃이 다음 경기를 기다리게 만든다.
반대로 패배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치솟으면서 뇌의 판단 사령탑인 전전두엽이 잠시 흔들린다. '오늘 경기 왜 졌지', '우리 팀 이번 시즌 괜찮은 거야'—그 질문들이 밤새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코르티솔이 오르는 이 불편함이야말로 다음 날 다시 채널을 켜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뇌는 미완의 감정을 처리하고 싶어서 다음 경기를 찾는다. 패배의 공허함이 오히려 팬을 더 단단히 붙잡는 역설이다.
개막 2연전에서 눈에 띈 장면이 몇 가지 있었다. 잠실에서 KT의 고졸 신인 이강민은 이틀간 8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잠실 마지막 개막 시리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열아홉 살의 뇌는 아직 두려움을 처리하는 회로가 완성되지 않았다—그래서 오히려 맹렬하다.

한편 창원에서 NC의 구창모는 2023년 이후 1052일 만에 정규시즌 승리를 거뒀다. 2년 넘는 시간 동안 재활로 쌓아온 절차적 기억이 마운드 위에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몸이 기억하는 투구폼, 손끝의 감각—그것들은 뇌가 침묵하는 동안에도 지워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호각지세(互角之勢). 소의 두 뿔처럼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않는 막상막하의 형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개막 2연전은 딱 그 모양새였다. 어제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게임, 단 두 경기로 섣불리 줄 세울 수 없는 리그. 구단별 144경기라는 긴 여정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개막 2연패를 당한 LG, KIA, 삼성과 키움에게도, 2연승으로 씩씩하게 출발한 KT, SSG, 롯데, 한화에게도 아직 142경기가 남아 있다.
뇌는 긴 이야기를 좋아한다. 기승전결이 완성될 때까지 편도체의 긴장 스위치는 꺼지지 않는다. 우리가 한 시즌을 끝까지 따라가는 이유다.
이제 시작이고 시즌 초반이다. 2026년 시즌도 국민들의 사랑을 둠뿍 받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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