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8강 진출의 기쁨 뒤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과제가 남았다. 바로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겪은 대만전 4-5 역전패다. 이번 패배로 한국은 WBC 역사상 처음으로 대만에 무릎을 꿇었으며, 최근 국제대회 대만전 2승 5패라는 처참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8강 파티'에 취해 이 기록이 담고 있는 경고를 무시한다면, 한국 야구의 미래는 여전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날 패배의 근본 원인으로는 고질적인 '에이스 투수 부재'가 꼽힌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KBO의 위헌적 독소 조항인 '해외파 2년 유예 규정'이 자리 잡고 있다. 고교 졸업 후 해외 리그를 선택한 유망주가 국내로 복귀할 때 2년 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도록 강제하는 이 규정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야구 선수의 전성기는 짧다. 혈기 왕성한 유망주들이 해외에서 선진 야구를 경험하고 돌아오려 해도, 군대 및 2년이라는 '징벌적 공백기'는 선수 생명을 담보로 한 가혹한 대가다. 이로 인해 수많은 잠재적 에이스 자원들이 복귀를 포기하거나 감각을 잃고 사라졌고, 이는 고스란히 국가대표팀의 투수진 약화로 이어졌다.
반면 대만 야구의 비약적인 성장 배경에는 해외파 선수들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있었다. 대만은 미국과 일본 리그를 경험한 자원들이 복귀 시 즉시 전력으로 합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고, 이번 WBC에서도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국이 스스로 인재를 격리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동안, 대만은 해외파의 자양분을 흡수하며 한국을 넘어선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랐다고 해서 모든 과오가 덮여서는 안 된다. '승리의 제물'이었던 대만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KBO가 지금 당장 시대착오적이고 위헌적인 2년 유예 규정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마이애미에서의 8강은 일시적인 요행에 그칠 것이며 대만전 잔혹사는 반복될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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