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은 18일(한국시간) 2026 HOF 신입 입회자 1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를 16시즌이나 누비며 출루율 .377이라는 준수한 지표를 남긴 추신수가 상징적 무대에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비록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추신수가 걸어온 길 자체가 하나의 역사다.
추신수의 흔적은 단순히 볼넷을 골라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통산 볼넷 비율 12.2%는 뛰어난 선구안의 증거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적 역시 화려하다. 그는 20홈런 이상을 일곱 시즌 동안 때려냈고, 주루 능력을 곁들여 세 차례나 20-20 시즌을 만들어냈다. 전형적인 5툴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출루·장타·주루라는 세 가지 축을 고르게 생산해내며 팀 공격의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특히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전성기는 그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시기였다. 이 6년 동안 그는 101홈런, 100도루, 타율 .290, OPS .861을 기록하며 리그 상위권 외야수로 굳건히 자리했다.
명예의 전당 레이스만 놓고 보자면 평가 기준은 현실적이다. 통산 WAR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는 투표권자들에게는 뚜렷한 약점이다. 올스타 선정이 단 한 차례라는 점, 실버슬러거나 골드글러브 등 굵직한 상도 없다는 점 역시 표심을 끌어오기 어렵다. BBWAA의 투표 성향은 냉정하다. 누적과 수상 경력, 그리고 상징성이 모두 요구된다. 그 기준에서 추신수는 커트라인을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번 투표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2026년은 스타 파워가 강하지 않은 '과도기'의 해다. 신규 후보 12명 중 대부분이 첫해에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신수는 5% 생존선 통과를 노려볼 만한 위치에 있다. 명예의 전당이 목표가 아니라, 후보 명단에서 한 해 더 버티는 것이 현실적인 관전 포인트가 된다. 예상을 하자면 4~8%의 득표율 범위가 가장 합리적이다.
추신수의 이름이 당선권에서 멀리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그의 가치를 깎아내리진 못한다. 그는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메이저리그 타자였다. 출루 능력과 장타력, 그리고 주루 센스를 모두 갖춘 한국 출신 선수는 지금까지도 그가 유일하다. 또 한 선수의 성공이 한 나라의 선수 파이프라인을 바꾸는 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는 그 영향력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명예의 전당 문턱에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추신수의 커리어는 충분히 명예의 전당급 이야기를 갖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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