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도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7번 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의아한 선택처럼 보인다. 팀 내 공격 지표 최상위 타자를 하위타순에 두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 기록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이정후는 올해 1번부터 9번까지 전 타순을 경험했는데, 7번 타순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3번 타순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남겼다.
멜빈 감독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정후를 7번에 배치함으로써 자이언츠 라인업의 하위 타선이 단순한'‘버리는 구간'이 아니라 또 다른 득점원으로 기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6번까지만 막으면 된다는 안일함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라인업 전체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구조는 자이언츠가 추구하는 팀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일각에선 "이정후를 상위 중심타선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7번이 오히려 최적의 자리다. 멜빈 감독 입장에서는 성적과 팀 밸런스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이정후인 셈이다.
분명한 건 하나다. 이정후는 단순한 하위타순 타자가 아니다. 자이언츠 라인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완성시키는 '숨겨둔 에이스 카드'다.
한편 이정후는 9일 애리조나 다이아먼드백스전에서 7번타자로 나와 시즌 8호 홈런을 터뜨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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