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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순위 드래프트 픽의 변신, 송승기 150km 강속구로 LG 마운드 장악...11년 전 시구 주인공의 귀환

2025-04-08 12:06

LG 선발투수 송승기
LG 선발투수 송승기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 지난달 26일, LG 트윈스의 젊은 투수 송승기(22)는 잠실구장에서 자신의 롤모델 류현진(38·한화)을 찾아가 오랜 소망이던 사인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송승기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던 류현진이지만, 이제는 그가 LG의 5선발 투수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류현진 선배가 MLB에 진출했던 2013년, 저는 초등학생이었어요. 새벽에 중계를 해도 아버지와 함께 꼭 시청했죠."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송승기는 이렇게 회상하며 "지금도 열렬한 팬으로서 열심히 성장해 류현진 선배가 기억해주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1년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전체 8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송승기는 2023년 5월부터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흥미롭게도 그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류현진은 한국으로 복귀했고, 제대 후 송승기는 2025시즌 LG의 5선발로 깜짝 발탁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파격적으로 스프링캠프 초기부터 송승기를 5선발로 내정했다. 이전 1군 경험이 단 8경기에 불과했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염 감독은 "모든 데이터가 송승기를 가리키고 있었다"며 "선수에게 역할을 명확히 일찍 부여하면 정신적으로도 더 잘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기대에 부응한 송승기는 3월 27일 한화전 데뷔 선발에서 7이닝 1안타 무실점이라는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이 상대 더그아웃에서 이 장면을 목격했다는 점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이어 4일 KIA전에서는 5이닝 7안타 2실점으로 프로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송승기, 7이닝 무실점 역투
송승기, 7이닝 무실점 역투
"두 번째 등판이 첫 등판보다 내용면에서는 부족했지만, 대량실점을 막고 승리를 따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송승기의 소감이다. 이 경기에선 변화구 의존도가 높은 것을 본 염 감독이 "직구 안 던지면 교체한다"고 경고한 일화도 있었다. 송승기는 곧바로 직구 중심 피칭으로 전환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송승기는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갖고 있는데 변화구로 정면승부를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염 감독은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투수다. 씩씩한 피칭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프로 입단 초기에는 겨우 140km대 초반이었던 송승기의 직구 속도는 현재 150km 선까지 상승했다. 그는 "백스윙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구속이 올랐다"며 "프로 데뷔 당시 1군 무대에 부족함을 느꼈고, 그 간절함이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LG 선발 송승기, 7이닝 무실점 괴력투
LG 선발 송승기, 7이닝 무실점 괴력투
송승기에게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인연이 있다. 2014년 초등학생이었던 그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어린이 투수왕 대회에서 우승해 8월 15일 목동구장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당시 넥센 감독은 염경엽 현 LG 감독이었고, 시구를 받은 포수는 현재 LG 주전 포수인 박동원이었다.

"지금 LG에서 염 감독님과 박동원 선배를 다시 만나니 운명적으로 느껴집니다." 송승기는 이 우연의 일치에 놀라움을 표했다. 2군에 머물렀다면 단순한 추억으로 끝났을 이 에피소드는 그가 LG 5선발로 자리잡으면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아직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송승기는 "손주영 선배로부터 변화구를, 임찬규 선배에게서는 정신적 조언을 얻고 있다"며 "실패를 겪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투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제 LG 트윈스는 하위 라운드 드래프트 픽에서 5선발로 성장한 젊은 왼손 투수의 발전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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