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시즌 KBO리그에 새롭게 도입된 피치클록이 단순한 경기 속도 개선을 넘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시계와의 싸움에서 한순간 실수하면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되는 새로운 야구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최근 사례는 피치클록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5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삼성은 8회까지 6-4로 앞서며 승리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재윤은 2사까지 잡았으나, 임종찬과의 승부에서 운명의 시계를 넘기고 말았다.
풀카운트(볼3-스트라이크2) 상황에서 피치클록 위반. 자동으로 볼넷이 선언됐고, 이는 도미노처럼 이어져 노시환의 안타, 문현빈의 역전 스리런으로 이어졌다. 한 순간의 실수가 6-7 역전패로 귀결된 것이다.
피치클록 규정은 엄격하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있을 때 25초 안에 투구해야 하며, 타자는 제한시간 8초 전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어기면 투수에게는 볼이,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가 부여된다.

타자가 시간 제한 직전에 준비 자세를 취하자 쿠에바스는 기다리다 피치클록을 어겼고, 자동 볼넷으로 이어졌다. 이후 양 선수 간 언쟁은 순식간에 그라운드에 선수들이 뛰쳐나오는 대치 상황으로 확대됐다.
KBO는 지난달 피치클록 세부 시행세칙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지만, 모든 상황을 완벽히 대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심판의 재량으로 고의적 지연 행위에 경고나 주의를 줄 수 있게 했으나, 실전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한편 6일 경기에서는 리그 최강자들의 행진이 계속됐다. LG 트윈스가 KIA를 5-1로 제압하며 리그 최초로 10승(1패) 고지에 올랐고, SSG도 KT를 1-0으로 꺾으며 3연승을 달렸다.
KBO리그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이날까지 105만9,38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으며 역대 최단 기간인 60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야구의 룰은 변해도 팬들의 사랑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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