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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89] 일본 레슬링이 ‘경량급’으로 세계를 제패한 이유

2024-12-12 07:54

일본 레슬링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경량급 위주로 금메달 8개를 석권했다. 사진은 일본 여자 레슬링 경기 모습.
일본 레슬링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경량급 위주로 금메달 8개를 석권했다. 사진은 일본 여자 레슬링 경기 모습.
일본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20개로 미국과 중국(40개)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른 것은 레슬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레슬링은 금 8개, 은 1개, 동 2개로 레슬링에 걸린 금메달을 절반 정도나 석권했다. 출전 선수 13명 중 11명이 메달을 획득하며 세계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일본 레슬링은 남자 자유형 57kg급 히구치 레이, 65kg급 키요오카 코타로, 남자 그레코로만형 60kg급 후미타 켄이치로, 77kg급 쿠치카 나오 등 남자 4명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서는 자유형 53kg급 후지나미 아키리, 57kg급 사쿠라이 츠구미, 62kg급 모토키 사쿠라, 76kg급 카가미 유카 등 4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로 가벼운 체급이라는 뜻인 ‘경량급(輕量級)’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경량급은 일본식 한자어로 레슬링·복싱· 유도 등 체중 별로 경기를 하는 격투기에서 체중이 가벼운 계층을 뜻한다. 영어 ‘Lightweight’를 번역한 말로 19세기 후반 서양 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에서 등장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의 영향으로 경량급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2년 2월4일자 ‘備拳鬪(비권투) 黃乙秀君快勝(황을수군쾌승)’전일본(全日本)아마추어권투연맹주최(拳鬪聯盟主催)의 경량급(輕量級)토나멘트결승급중량급선발경기대회(决勝及中量級選拔竸技大會)는 올림픽예선(豫選)을겸(兼)하야 일월삼십일일 오후육시이십분(一月三十一日午後六時二十分)부터 일비곡공회당(日比谷公會堂)에 거행(擧行)하얏다 각시합(各試合)은 최초(最初)부터 문자(文字)그대로 백열(白熱)□을 연(演)한중(中)에 황을수군(黃乙秀君)은 풍전군(豊田君)과 대항(對抗)하야 황(黃)은 좌(左)『훅크『의『떠블펀취』를 풍전(豊田)의 신체우방(身體右方)으로부터 악(顎)어처서 풍전(豊田)은 건듸다못하야 중도(中途)에 기권(棄權)하얏다 그리고 명대(明大)의 정선수(鄭選手)와 전대(專大)의 신선수(申選手)는 패(敗)하얏지마는 전대 금선수(專大金選手)는『웰터일(一)』급(級)에서 일구대(日俱大)□선수(選手)를 판정(判定)으로 굴복(屈服)시키엿다 당일(當日)의결과(結果)는 다음과갓다‘고 전했다.

일본은 파리 올림픽에서 전통의 레슬링 강국 러시아가 출전하지 않았고, 미국과 이란 등 경쟁 국가들이 부진을 보이는 틈을 활용해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원래 일본 레슬링은 경량급 강국이었다. 일본이 경량급에 치중한 것은 격투기 종목에서 서양인보다 신체적으로 불리한 동양인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키가 크고 팔이 길어 신체 접촉이 많은 격투기에서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키가 작은 서양인들은 오히려 동양인들보다 ‘기형’에 가까워 단점을 갖는다. 따라서 체질상 키가 작은 동양인이 키가 작은 서양인들보다 훨씬 안정적인 체형으로 격투기 종목에 오히려 낫다는 판단이었다.

일본으로부터 레슬링을 전수받은 한국 레슬링도 경량급에서 스포츠 종목 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장창선은 1966년 미국 톨레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플라이급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장창선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첫 세계대회 우승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는 자유형 62kg급에서 우승, 건국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탄생했다.
일본 레슬링은 3살 유아부터 초등학교때까지 스파르타 훈련보다는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도록 어린 선수들을 지도한 뒤 중등부부터 본격적으로 기술과 멘탈 훈련을 한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현역시절 우수한 성적을 올린 선수가 현역 은퇴한 뒤 유망주를 지도하며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일본 레슬링도 저출산으로 선수 수는 줄고 있지만 이런 생태계로 우수한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며 세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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