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미국 양궁 선수 브래디 엘리슨(35)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아름다운 '패자'로 기억될 것이다.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32)과 명승부를 펼친 엘리슨은 "15년 전 (김우진과) 처음 맞붙었을 때부터 꿈꿔왔던 경기였다. 내가 항상 원했고, 세계 양궁계와 전 세계 팬들도 원했던 경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양궁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슛오프에서 그(김우진)가 간발의 차로 나를 이겼다고 해서 속상하지 않다. 우리는 챔피언처럼 슛을 쐈고 그게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슨과 김우진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풀세트 접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슛오프에 돌입했다. 슛오프에서 각자 한 발을 쏴 과녁 정중앙에 가깝게 맞추는 선수가 승리하게 된다. 둘은 모두 10점에 맞췄지만 김우진의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서 55.8㎜, 엘리슨의 화살이 60.7㎜ 떨어져 4.9㎜ 차이로 김우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엘리슨은 5살 때부터 '레그-칼베-페르테스' 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으로 여러 차례 수술과 치료를 받았고 2018년에는 손가락 신경 통증이 팔꿈치까지 퍼져 은퇴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그는 올림픽 경기에 5차례나 출전한 의지의 선수다.
엘리슨은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했음에도 경기 직후 김우진의 손을 잡아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는 우승자 김우진을 극찬했다.
아처리월드는 둘의 대결이 "역대 최고의 결승전"이라고 했다.
김우진은 "엘리슨은 완벽한 궁수다. 우리 둘은 축구의 메시와 호날두"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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