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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밑둥부터 흔들리는 중고배구, 이대로 둘 것인가

2024-04-17 14:58

14일 천안 쌍용중-소사중 예선 경기. [한국중고배구연맹 제공]
14일 천안 쌍용중-소사중 예선 경기. [한국중고배구연맹 제공]
16일 강원도 인제 다목적체육관. 2024 하늘내린 인제배 전국중고배구대회 남중부 준준결승 4경기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4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2-1로 승부가 갈렸다. 연현중, 인하부중, 각리중, 옥천중 4팀은 승리해 4강에 진출했고, 인창중, 대전 남선중, 현일중, 천안 쌍용중 4팀은 4강 진입에 실패했다. 4경기 모두 듀스까지 치르는 대접전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8팀 모두 결정력이 없이 2시간씩이나 늘어지는 경기를 했다. 서로 전력이 엇비슷해 쉽게 승부를 가리지 못해 풀세트를 치른 것이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배구인들은 4경기가 한국 배구의 민낯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배구는 최상위인 프로배구부터 시작해 대학배구에 이어 중고등배구까지 하향 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고교 배구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처럼 정상적인 수업을 받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훈련을 하는 탓에 기량을 쌓는데 어려움이 많다. 중학부의 경우 기초 체력과 기본기 훈련을 생략하고 성적 위주의 훈련 방법을 택해 부상이 잦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10년 대학총장협의회가 출범한 이후 학교 운동부 선수 기숙사가 폐지되고, 장기합숙훈련이 금지되면서 합동 훈련을 가질 기회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호철 한국중고연맹 실무 부회장은 “학교운동부 학생 선수의 학습권, 인권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훈련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기본기가 떨어지는 기량 미달 선수가 속출해 현재 한국 중고배구는 심각한 실력 저하 현상을 보인다”며 “프로, 대학에 이어 도미노처럼 중고배구도 무너지는 양상이다. 이제 우수한 선수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이 부회장은 “2010년 대학총장협의회 출범 이전과 이후 한국 배구는 크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중고 일선팀에서 좋은 선수를 배출하기 위해 많은 훈련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대학총장협의회가 출범한 이후에는 학교 수업의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덧붙였다.

한국중고배구가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후퇴하는데 반해 일본은 체계적인 학교 시스템으로 중고배구 경기력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학생 선수들은 정상수업을 마치고 학교 방과 후 학원 등을 다니지 않고 운동부에서 훈련을 해 기량을 쌓는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적 환경차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 배구는 2000년대 초반 비슷한 위치에 있었지만 현재는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일본은 남녀 모두 탈 아시아를 거쳐 세계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한국은 남녀 모두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배구가 밑바닥까지 떨어진 경기력을 다시 키우기 위해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저변을 확대하고, 프로배구, 아마배구가 연계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중고배구가 고립된 ‘갈라파고스 생태계’에 계속 빠져있다면 한국배구의 부활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인제=김학수 기자]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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