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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11] 탁구에서 왜 ‘혼합복식’이라고 말할까

2023-06-09 08:42

한국 탁구 혼합복식 신유빈-임종훈 조. 지난 5월 남아공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한국 탁구 혼합복식 신유빈-임종훈 조. 지난 5월 남아공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탁구 혼합복식은 테니스에서 빌려온 용어이다. 혼합복식은 한자어로 ’혼합(混合)‘과 ’복식(複式)‘의 합성어인데, 두 단어 모두 일본식 한자어이다. 남녀 2명이 한 팀을 구성해 경기를 갖는 형태라는 뜻이다. 영어 ‘mixed doubles’를 번역한 말이다. (본 코너 981회 ‘테니스에서 왜 ‘mixed doubles’를 ‘혼합 복식’이라 말할까‘ 참조)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mixed doubles’는 섞인다는 의미를 갖는 과거분사형 ‘mixed’와 복식을 의미하는 명사형 ‘doubles’가 합해진 말이다. 원래 ‘mixed’는 라틴어 ‘mixtus’가 어원이며, 고대 프랑스어 ‘mixte’를 거쳐 중세 영어 ‘mixt’가 변형됐다. ‘doubles’는 둘을 의미하는 ‘double’의 복수형이다. ‘double’의 어원은 라틴어 ‘duplus’이며, 고대 프랑스어 ‘dobler’을 거쳐 14세기 중세 영어부터 현재말로 쓰게됐다. 스포츠용어로 쓰인 것은 1800년대 중반부터로 추정된다. 폴 딕슨 미국야구용어사전은 ‘double’는 1880년 2루타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했으며, 1871년 2명을 동시에 아웃시키는 이중 플레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1870년대 테니스 규칙이 영국에서 만들어지면서 2대2 경기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테니스에서 유래한 탁구에서 이후 테니스와 같은 규칙을 만들면서 이 단어를 갖다가 썼다고 한다.

테니스에서 혼합복식이라는 말은 1870년대 테니스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쓰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결혼 부부 사교모임에서 혼합복식으로 경기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 경기가 처녀, 총각 등이 커플을 이루는 팀 경기로 확대됐다. 첫 혼합복식 경기는 1892년 미국 내셔널챔피언십에서 가졌다. 1902년 프랑스오픈의 전신 프랑스 챔피언십, 1913년 윔블던, 1922년 호주오픈에 혼합복식이 각각 채택됐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서 원어 검색을 하면 ‘단식(單式)’ ‘복식(複式)’과 마찬가지로 ‘혼합복식(混合複式)’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아 중국이나 한국에서 생겨난 조어가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선 서양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메이지유신 이후 19세기 말 무렵 영어 ’mixed doubles’를 ‘혼합복식’으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탁구 혼합복식은 1926년 첫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채택됐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탁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혼합복식은 들어가지 못했다. 그동안 올림픽 종목으로 혼합복식을 추가하려는 2차례의 노력이 실패한 뒤 201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혼합 복식은 남녀 두 명이 혼성으로 팀을 이루어 경기를 한다. 단식과 단체전과 달리 각 NOC별 한 팀만이 혼합복식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다른 탁구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중반까지는 중앙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아시아 국가들이 정상에 올랐다. 국제탁구연맹(ITTF)에 따르면 1960년대는 일본이 가장 많은 우승을 거뒀고, 중국은 총 55번의 세계 선수권 우승 중 20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20 도코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는 16개팀이 출전,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가졌다. 국가별로 1팀만 출전을 했는데, 일본의 미즈타니 준-이토 미마조가 결승전에서 중국의 쉬신-류스원 조를 4-3으로 꺾고 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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